17. 지관 스님 3

 

 

<서신 1>

대원성 양주에게

1월 4일 편지 잘 받았습니다. 성원 처사님도 함께 편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아기를 낳았다하니 반갑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生이 있으면 死가 있듯이 결혼을 하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만이 常道(상도)이지 만일 아기를 보지 못한다면 그는 제대로 되는 길이 아닙니다. 반갑습니다. 아무쪼록 二身同志(이신동지)가 되어 단란한 가정을 이룩하며 현모양처가 되도록 바랍니다. 이곳은 如前(여전)하며 일타 스님은 극락전에 편안히 계시며 나도 잘 있습니다. 이젠 옛날 수련대회를 다닐 때와는 각도가 다를 것입니다.

부산 앞바다의 뛰어노는 고기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그는 원효나 의상 스님처럼 죽은 고기를 먹고 산 고기를 내놓을 정도가 아니면 먹을 수 없고 다만 가능한 것은 바다의 풀이겠지요. 파래, 진저리, 미역, 김 같은 것 등입니다. 난 서울 갔다가 오늘 돌아왔습니다. 끝으로 두 분의 건강과 꼬마(근영)의 무애성장을 바라면서 이만.

                                                                    1971. 2. 5. 해인사에서 이지관

<서신 2>

대원성 귀하

보내준 편지와 부산의 바다 냄새를 보내준 海物(해물) 잘 받았습니다. 찌는 듯 무더운 날씨에 잘 있다하니 반갑습니다. 이곳은 별일 없으며 일타 스님 종정스님께서도 잘 계시며 小僧(소승)도 잘 있습니다. 재작년 늦가을 구원차중에서 신혼차 오던 때가 어제와 같은 감이건만 벌써 아이가 둘이라니 참으로 세월이 빠른 것 같습니다. 이런 것 저런 것 생각해보면 부처님의 말씀이 새삼 감명 깊어집니다. 지금은 찌는 듯 무덥지만 며칠만 지나면 찬바람이 올 것을 생각하니 무상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가내제절이 모두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합니다.

                                                              1971. 8. 3. 해인사에서 이지관 회답

<서신 3>

대원성에게

23일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간 노 처사님을 비롯하여 모두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난 진주 마산 서울 등지를 돌아 2월 3일에 귀사하여 이제 막 음력설을 쇠었습니다. 이곳은 종정스님은 온천장에, 일타 스님은 조사전에 방장스님 등 모두 편안하십니다. 기유년 묵은해의 360일 동안에 신 구 의로 지었던 3업을 모두 씻어 버리고 깨끗한 身口意로 경술 새해를 맞이하여 한층 더 신심을 일으켜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산다는 것은 성장이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현생을 감축하는 것. 마음에 번민을 제거함은 감소가 아니고 지혜의 증장인 것입니다.

※특히 노 처사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언제든지 부산 가면 한 번 찾을까 생각하나 촌사람이 찾을 수 있을지? (음력 1월 20일 경, 가부간 고속버스를 한 번 타기 위해서)

스님께서는 범어사 보살계 수계법회 때마다 교수아사리로 오셨고 때때로 우리 집에서 여는 마을 법회 때도 와주셨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늘 밤기차로 오시곤 했다. 하루는 궁금하여 왜 밤기차로 오시는지 여쭈었더니 낮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자는 밤 시간을 이용하여 주무시면서 오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말씀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공부했다. 삶을 진정으로 진지하게 사셨던 선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지식의 삶에는 선지식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1980년 범어사 보살계 수계법회 후 지관 스님(중앙)과 연꽃모임회원들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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