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쎼 잠빠가쵸 스님, 입적 이후 ‘화제’
한여름 더위 속 사망했으나
경직·부패 등 사망징조無
사후삼매인 ‘툭담’ 추정돼
달라이라마, 조사 지시도

수행이 성숙한 수행자는 생사에 자재해 진다고 많은 법문에서 일컬어진다. 이를 몸소 증명한 사례가 대만에서 등장했다. 타이베이에서 입적한 티베트 출신의 노승의 시신이 28일간 사후경직, 부패 등의 사망의 징조를 보이지 않아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놀라운 소식을 ‘부디스트 글로벌 도어’ ‘자유 아시아 방송’ ‘티베트 넷’ 등 외신들이 특별 보도했다.

지난 7월 14일 타이베이에서 세수 86세, 법랍 78세로 입적한 게쎼 잠빠갸초 스님은 달라이라마가 대만에 파견한 최초의 게쎼(한국의 불교학박사) 스님이다. 23년간 대만에 상주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으며 현재 달라이라마의 중국어 통역관들은 모두 이 스님의 제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오랜 지병과 노환으로 입적한 잠빠갸초 스님의 법구는, 티베트 불교식으로 장례절차를 따르겠다는 제자들의 요청에 따라 시신에 그 어떠한 부패방지처리 없이 입적한 병상 그대로 냉방시설만 설치된 방으로 이운됐다. 그러나 이튿날 조문과 기도를 위해 방문했던 동료 게쎼스님들이 법구를 확인하는 절차에서 티베트 불교에서 사후 삼매로 불리는 ‘툭담’에 든 것으로 밝혀졌다.

툭담은 티베트 불교에서 수행력이 높은 수행자가 육체적으로는 사망하였으나 그 미세한 의식이 육신에 남아 삼매에 든 상태를 말한다. 툭담에 든 수행자의 시신은 일반적인 시신과 달리 사후 경직이나 피부의 변색, 악취 등의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특별히 심장부근의 체온이 남아 있거나, 시신의 크기가 줄어드는 등의 현상도 나타난다.

잠빠갸초 스님이 입적한 당시 대만은 한 여름으로 평균 38도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고, 법구가 안치된 방은 19~20도 가량의 냉방만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러나 법구의 피부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탄력이 있었고, 변색이나 반점 등의 현상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5일이 넘도록 시신에 아무런 징후가 없자 대만의 티베트 사무국은 인도의 달라이라마 사무국에 보고했고, 달라이라마는 “시신의 코에서 액체가 나오고 피부색이 변하기 전까진 다비식을 미루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의료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시신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진행하라”고 전했다.

입적 11일째 되는 날 대만국립 중앙연구원의 학자들이 스님의 법구를 과학적으로 조사했다. 조사팀을 이끈 물리학자 리팅궈 교수는 “검사결과 시신의 포화산소도는 86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가까우며, 겉보기로 내부장기가 분해되지 않았으며 얼굴의 혈색과 미온의 체온이 시신에 남아있다”고 확인했다.

함께 참여했던 리시창 교수는 “혈중산소 농도와 함께 130회의 맥박도 함께 측정됐다. 그러나 이 맥박이 실제 몸의 신호인지, 혹은 침상의 진동인지는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리시창 교수는 “이 정도의 혈액산소도라면 체내에서 아주 미세한 생리활동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측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입적 15일째인 7월 28일과 8월 1일, 대만 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들과 연구진들이 뇌파를 측정했으며, 확언할 수는 없으나 뇌에서 미세한 반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해외 불자들은 “어려운 시기에 수행을 놓지 말고 정진하라 마지막까지 보이는 모습”이라며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또 지난 3월경 동일하게 툭담에 들었던 티베트의 스님들에 대한 사례도 함께 전파되고 있다. 잠빠갸초 스님의 법구는 8월 21일 대만에서 다비됐다.

박영빈 객원기자

입적 후 1달 가량 사후삼매인 ‘툭담’에 든 잠빠갸초 스님(위), 스님의 법구를 조사하는 연구진(아래). 사진출처=티베트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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