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소굴 법향

문중과 직계 제자·손상좌 등
출·재가자 50명 인연담 소개
사진·연보 등 수록한 법공양
“경봉 알리는 자료로 활용되길”

삼소굴 법향 / 경봉문도회 엮음 / 통도사 극락암 발행 / 백산출판사 펴냄 / 비매품

 

“큰스님 가시고 난 뒤에 스님이 너무나 뵙고 싶으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르고 스승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 1982년 7월 17일, 한국불교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선지식 경봉(1892~1982) 선사는 그렇게 세연을 접었다. 경봉 문도회는 경봉 스님 열반 38주기를 맞아 스님의 생애를 인연담으로 엮은 〈삼소굴 법향〉을 출간했다.

〈삼소굴 법향〉은 경봉 스님과 인연이 깊었던 제방 스님, 통도사 문중 스님, 직계 제자 스님, 직계 손상좌 및 재가불자와의 인연담을 소개한다.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을 비롯해 함월사 조실 우룡 스님, 원로의원 인환 스님, 중요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 석정 스님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님들과 김선근 한국불교학회 회장, 정병조 금강대 총장, 강수길 숙우회 대표 등 재가불자를 포함한 50여명과의 인연담을 통해 경봉 스님의 생애를 다시 한 번 조명한다.

‘삼소굴 법향’, 책의 제목 그대로 선지식이 머물던 통도사 극락암 삼소굴은 늘 법향으로 가득했다. 주인이 그랬고 선사를 찾은 객들도 그랬다. 주인의 깊은 모습과 맑은 언어 앞에서 대중은 깊은 법향에 물들었다. 책 〈삼소굴 법향〉은 한때 삼소굴의 주인으로 살았던 경봉이라는 선지식이 법향으로 물들인 인연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자비한 어머니와 같았던 큰스님, 혼란기의 위대한 뱃사공과 같은 큰스님, 선교를 겸비한 희유한 도인, 현대적인 언어로 불교를 설명한 선각자…. 생전에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대중은 저마다 한마디씩 노장의 생애를 정리한다. 경봉 스님의 생생한 일상과 선지식의 법문으로 삶이 달라진 이야기 등 경봉 스님을 바라보았던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경봉 스님께서는 굉장한 신통력까지 있으셨어요. 유머감각이 있으셔서 곁에 있자면 사소한 우스개도 참 즐기셨지요. 속담에도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책을 만드는 것이 늦은 것은 큰스님 제자로서 성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재가 직접 해야 할 일을 후학들이 해서 저는 기분이 참으로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경봉 스님에 대한 모든 것을 모으고 연구를 많이 해서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경봉 스님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켰던 제자 명정 스님은 책에서 말했다. 〈삼소굴 법향〉은 한 권의 책이기 이전에 ‘마음’이다. 한 시대의 어른이었던 선지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편찬위원장 법산 스님은 “책 〈삼소굴 법향〉은 비매품입니다. 사고파는 책이 아니라 ‘모시는 책’입니다. 스님의 법향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전달되고 스님의 승기가 이 사회를 새롭게 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고 했다. 책을 열면 바로 경봉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도 스님의 모습으로 끝난다. 그렇게 스님과 스님의 생애를 모시는 책이다. 책은 경봉 스님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연보 등을 실었으며 법공양으로 출간됐다.

경봉 스님은 한국 근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으로, 간화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통도사 가람수호와 교화에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스님은 근현대 불교개혁 과정에서도 정신적인 중심이 되었으며, 당대 고승들과의 서신 및 법거량을 통해 독자적인 선풍을 남겼다. 보조 지눌의 선교일치와 간화선 사상을 계승했으며, 용성과 한암의 선교겸수, 돈오점수 등을 받아들이고 이를 창조적으로 실천했다. 보조, 휴정, 경허로 이어지는 회통불교의 전통을 계승했을 뿐 아니라 선교겸수, 선정쌍수 등의 회통적 특징을 발휘했다. 간화선 전통을 대중화하여 생활선적 간화선풍을 펼쳤으며, 수행전통을 회복하고 교단의 개혁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다양한 대중법회를 개설함과 아울러 선화와 선묵 전시회를 통해 중생교화와 불교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통도사 강원 강주와 주지, 선학원 이사장과 극락호국선원 조실로 주석하면서 대중 교화에 힘썼다. 1982년 7월 17일 세수 91세, 법랍 75세로 원적에 들었다.

경봉 스님은 한국 근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으로, 간화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통도사 가람수호와 교화에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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