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야나선원 아신 빤딧짜 스님|
2016년부터 여성 4명과 성관계
‘위력 의한 성폭력’ 피해정황도
피해자, 올 5월 피해 사실 공개


5월 17일 범계인정 참회 후 잠적
신도들 “비구 아님에도 승가 기만”
담마야나측, 2016년 범계도 은폐
서울과 대구선원 폐쇄 등 파장 커

테라와다 불교 스승 중 한사람으로 손꼽혀 온 미얀마 출신 아신 빤딧짜 스님이 성 관련 범계로 환속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스님과 관계를 맺은 여성 신도 중 일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로 판단될만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승려의 범계를 넘어 사회법상 ‘성범죄’에 해당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승 담마야나 선원장이기도 한 아신 빤딧짜 스님은 5월 17일경 일부 신도들이 참여한 SNS채팅방에 자신의 범계와 관련해 ‘참회문’을 게재했고, 6월 15일 공식적으로 선원을 떠난 후 현재까지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신 빤딧짜 스님은 한국에서 테라와다 불교와 위빠사나 전통 수행법을 확산시킨 대표적인 스승으로 유명하다. 2012년경 한국에 정착한 후 부산서 미얀마 대학생과 한국 불자들을 대상으로 교리와 수행법을 강의해 왔다. 이후 스님을 따르는 수행자들을 중심으로 법승 담마야나 선원을 개원, 선원장으로 활동하며 테라와다 불교 수행 포교에 진력했다. 그래서 이번 아신 빤딧짜 스님의 범계 사태는 한국과 미얀마 양국 불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本紙가 입수한 담마야나 선원 내부 글과 다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아신 빤딧짜 스님과 관계한 것으로 확인된 여성 수는 4명이다. 이 중 한 여성이 올해 5월경 본인의 피해 사실을 담마야나 선원 내부에 공개하면서 그간의 범계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이 중 피해사실을 밝힌 A씨는 이로 인한 트라우마 등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마야나 선원 관계자 50여명이 참여한 SNS채팅방에서 공개된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아신 빤딧짜 스님은 A씨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 접근한 뒤 서울선원 근처 숙박업소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접촉을 거부했지만 결국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사실을 밝힌 뒤 승복을 벗고 한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심지어 아신 빤딧짜 스님은 비슷한 시기 다른 여성신도 C씨와도 관계를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신 빤딧짜 스님은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된 지 3일 뒤인 5월 17일, SNS채팅방에 ‘참회문’을 게재하고 범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저의 잘못을 엎드려 참회드립니다’로 시작되는 참회문에서 아신 빤딧짜 스님은 “모두 저의 범계로 인해 생긴 일”이라며 재가자 신분으로 참회하며 살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참회문에 피해자에 대한 참회는 없었고 담마야나 선원 내 일부 구성원들에게만 공개됐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서울선원은 즉시 폐쇄됐고 현재 대구선원도 운영을 중단한 상태로 부산본원 한 곳만 운영 중이다. 공식 온라인 카페도 문을 닫았다.

부산에 위치한 담마야나선원 본원. 선원장이던 아신 빤딧짜 스님은 2016년부터 범계행위를 했지만 법문하고 공양을 받았다.

아신 빤딧짜 스님의 범계행위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수년간 지속돼 왔다는 점도 충격이다. 테라와다 불교에서 승려의 성행위는 빠라지까(바라이죄)에 해당되는 중대한 범계로, 교단차원의 징계 형태가 아니라 범계 행위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승려 자격이 자동 박탈되기 때문이다. 테라와다 교리에 따르면 아신 빤딧짜 스님은 이미 2016년 범계행위 이후 승려의 신분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아신빤딧짜 스님은 이를 숨긴 채 지속적으로 교리와 수행법을 강의하고 법문 하며 수행자들의 공양과 존경을 받아 왔을 뿐 아니라, 2016년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5권의 책을 출간하며 테라와다 불교 지도자로서 인지도를 넓혔다. 이에 수행자 일각에서는 “아신 빤딧짜 스님이 수년간 신도와 수행자들을 기만하고 속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 계율과 교리를 어김으로써 왜곡된 법을 설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개적인 참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아신 빤딧짜 스님의 범계 사실이 축소?은폐됨에 따라, 한국 불교계에서 “아신 빤딧짜 스님이 한국 여성 신도의 유혹에 넘어가 환속했다”는 등의 왜곡된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우려가 높은 이유다.

법승담마야나 선원의 일부 관계자들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6년 범계 당시, 당사자인 B씨가 직접 서울선원에 찾아와 2명의 수행자와 1명의 미얀마 스님에게 아신 빤딧짜 스님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범계사실을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승담마야나 선원은 6월 1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새 이사장으로 아신 오다따 스님을 추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지에는 아신 빠라구 스님, 승가 이사에는 아신 만다라 스님과 아신 난다다자 스님을 선출하는 등 임원진을 새롭게 구성했다. 선원 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승가이사 일부가 아신 빤딧짜 스님의 상좌이고, 재가이사 일부는 스님의 범계를 인지하고도 묵인하거나 은폐한 주요 관계자라는 시각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신 빤딧짜 스님이 여전히 선원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거나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담마야나 선원에서 수행해 온 신도 및 관계자 40여명은 ‘한국 수행자들의 요구사항’ 제하의 탄원서를 통해 △아신 빤딧짜 스님을 한국에서 출국시키고 한국사회와 한국 테라와다 승단에 그 어떤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것 △세종시 테라와다 승단 총림 건립불사와 관련해 불사금을 낸 모든 재가수행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것 △범계 사실을 알고도 사실을 은폐?축소하려는 부산선원 관계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행정적 처리에 나설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탄원서는 관련 자료와 함께 주한미얀마 대사관과 미얀마 종교청에 발송된 상태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아신 빤딧짜 스님의 행위는 수행 지도자가 수행지도 과정에서 알게 된 신도의 심리상태와 정보를 바탕으로 그 신심과 신뢰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접근,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에 해당된다”며 “더욱이 그는 2016년 범계 이후 비구가 아님에도 가사를 입고 공양과 삼배를 받았으며 승가 보시금을 개인적 용도(호텔 숙박비용)로 써오는 등 승가를 모독하고 수행자들을 기만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아신 빤딧짜 스님과 신임주지 아신 빠라구 스님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고, 부산본원 관계자 겸 재가이사는 “현재 담마야나 선원은 (아신 빤딧짜 스님의) 제자(문중) 스님들이 왔고, 9월경 (불사와 관련한) 등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스님의 범계사실 은폐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김영란 나무여성상담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종교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성직자의 파계이자 성폭력임에도 마치 여성 수행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거나,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특히 불교계서 출가자가 가진 권위는 절대적이어서 피해자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설사 인지하더라도 주변인들이 지지와 존경을 표하고 있기에 이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아 해결도 어렵다”며 “직접적인 가해자는 비구 1명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진실을 가리거나 묵인하는 선원 공동체 역시 가해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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