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사찰들, 다양한 시도 ‘눈길’
감염우려에 가정법회 취소도
전통의례시 예방법지침 공개
마스크 착용·차 대접도 생략
원격으로 천도재하는 사찰도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일본. 최근엔 일일 확진자 수가 1천600여명을 넘는 등 ‘깜깜이 감염자’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 최대의 명절이자 불교행사인 백중이 코앞으로 다가와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편 이에 대비한 일본 불교계의 다양한 대책도 속속 등장 중이다. 지난 8월 4일, 일본의 ‘교토신문’ ‘엑사이트 재팬’ ‘이자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 19에 대비한 일본의 백중 풍경을 전달했다.

음력에 맞추어 법회를 봉행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양력에 맞추어 봉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7월 15일에 봉행하던 백중은 현대 일본에서 양력에 부합하는 8월 15일에 봉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각 사찰에서 위패를 봉안하고 합동으로 천도재를 지내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각 가정에 불단이 모셔져 있는 관계로 스님이 신도의 가정을 방문하고 불경을 독송하는 ‘다나교(棚經)’이라는 풍습이 있다. 또 사찰에서는 무주고혼들을 위하여 ‘세가키(施餓鬼)’라는 의례를 봉행한다. 특히 다나교는 사찰이 재적 신도를 방문하고 사찰과 신도 간의 관계를 재확인 하는 중요한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의례들이 모두 난관에 봉착했다. 교토시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예년 같으면 큰댁에 온 가족이 모여 스님을 청해 다나교를 봉행했지만 올해는 어찌해야하나 고민”이라며 “모든 가정을 방문하는 스님께 현관에서 알코올 소독 등을 요구하는 것은 실례일지 모르겠다”며 가정 방역대책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천도재를 중계하는 모습. 사진출처=이자뉴스

이에 일본 불교계는 각 종단과 사찰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예비지침을 전파, 신도 가정 등에도 공지하고 있다. 교토시내 정토종 사찰 등에서는 “평소 같으면 차가운 차와 물수건 등을 제공 받지만 올해는 정중히 거절하라”는 지침과 함께 “비말확산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방문 중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염불과 독경도 최대한 작은 소리로 진행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사항이 공지됐다.

그러나 종파를 불문하고 올해 백중기간 중 스님의 방문을 거절하는 가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님은 “백중기간을 맞아 귀성한 가족들이 모인 곳에 어딜 다녀온 지 알 수 없는 스님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는 줄로 안다”며 거절의 이유가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사찰은 종래의 세가키 법요를 확대, 합동천도재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사찰에 가족묘를 두는 일본의 특성상 다나교 이후에 각 가정이 성묘를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교토에 소재한 호린지(法林寺)의 주지 시가하라 마사후미 스님은 “백중의 달인 8월에 모든 조상들과 무주고혼들까지 함께 위안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합동 천도재를 진행한 소감을 말했다.

한편 온라인이나 원격화상을 통해 천도재와 가정방문을 진행하는 사찰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온라인 법회와 천도재 등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지난 4월경부터 도입돼 신도들의 참여가 원활하다는 이유다.

온라인 장례와 법회를 지원하는 회사인 ‘라이프 앤딩 테크놀로지’는 “오는 16일, 코로나 19로 귀성이 힘든 이들 등, 여러 사안으로 곤란한 이들을 위해 종파를 불문한 합동 천도재를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참가를 원하는 이들에겐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해당일 시간에 맞춰 접속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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