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재가자에게 공양도
사찰 중심 경제난 극복 앞서

태국 아유타야 주 한 마을에서 스님으로부터 음식을 받기 위해 그릇을 내미는 할머니. 사진출처 = 더스탠다드

코로나19로 경제난에 처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태국의 사찰들이 나섰다. 일반적으로 보시와 공양을 받는 출가승단이 재가자들에게 역으로 공양을 베푼 것이다. 지난 8월 5일 ‘컨버세이션’ ‘텔레그래프 타이’ 등 현지 언론들은 역(逆)공양을 하는 태국 사찰의 새로운 모습들을 특별 보도했다.

태국 불교에서 가장 일반적인 수행과 신행활동은 출재가간에 공유하는 탁발과 보시이다. 매일 아침 발우를 들고 일렬로 선 스님들에게 재가자들이 음식과 생필품을 공양 올리는 것은 남방 불교의 흔한 이미지중 하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태국의 출가승단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지역 주민에게 공양을 베풀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코로나19는 태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태국 언론들은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8백만 명 이상의 태국인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실직과 무기한 휴직 등으로 생계수단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지역 사찰들이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기본적인 생필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나섰다.

지난 6월부터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스님들은 전국의 스님들이 속한 지역사회에 음식을 베풀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지역 주민의 기부를 독려하는 공고를 올렸으며, 각 사찰들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선모금함을 설치해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님들은 어려움에 처한 지역 주민을 위해 탁발에서 받은 공양물들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하기도 했다.

태국 북부 피차이 주에 있는 왓 타 루앙(Wat Tha Luang) 사원은 주지스님 지휘 하에 매일 점심에 무료 도시락을 제공했다. 사원측은 “봉쇄기간 동안 1인당 최소 하루에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어린이, 노인, 장애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마을 사람들이 점심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며, 모두 사원의 안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태국최초의 비구니인 담마난다(Dh ammananda) 스님이 거주하는 왓 송담마칼랴니(Wat Songdhamma kalyani) 사원 밖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가운데 매일 주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찰측은 주민들을 위해 인스턴트 라면 꾸러미와 쌀, 과자와 야채 같은 부식이 든 봉투를 하나씩 받았다.

태국 불교계의 보시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발생한 쓰나미가 태국 남부를 강타했을 때, 사찰들은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처로 사용되었고, 2011년 방콕 대홍수에는 사찰이 급식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최근 태국언론에선 개인 항공기를 소유하거나 고급 쇼핑몰을 이용하는 등 부패한 사찰과 승단이 대대적으로 노출되어 불교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불교계의 보시행을 통해 불교계와 출가승단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김민재 객원기자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