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중앙종회 대립 ‘악화일로’

법화종 중앙종회, 6월 18일
총무원장 서리 불신임 결의
주지 임명시 배임수재 의혹

총무원 “종무행정 마비 해종”
종회의원 5명 공권정지 징계
“종단 정상화 요원” 우려 확산

법화종 총본산 안정사 대웅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0호).

지난 1월 현직 총무원장이 법정구속되는 등 초유의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법화종이 이후 사태 수습은 커녕 심각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무원장 구속으로 궐석이 된 총무원장 서리에 前 감찰부장 진우 스님이 임명됐지만, 최근 법화종 총본산인 통영 안정사 주지에 폭행 등 전과 의혹이 있는 A스님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종단발전기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서리 불신임을 결의하는 등 사태는 점점 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법화종 사태의 발단은 올해 1월 9일, 법화종 총무원장이던 도성 스님이 공찰인 교헌사 주지 임명을 댓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법정구속되면서부터다.

당시 도성 스님은 10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고 즉각 항소했지만 4월 9일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법화종은 현직 총무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법화종 종법 제2장 ‘종무직원의 자격요건’에 따르면 집행유예나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종무직원에 임명될 자격이 없으며, 재임 중 이에 해당된 때는 당연 해임된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도성 스님의 총무원장 임기는 올 10월까지로, 직무대행 혹은 서리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시급히 총무원장 선거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법화종은 도성 스님의 법정구속 이후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종단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종정 스님이 총무원장 서리에 前 감찰부장 진우 스님을 임명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총무원장 서리 진우 스님은 前 총무원장 구속 당시 집행부 임원으로 공찰인 교헌사 주지 임명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수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가, 겸직금지 위반과 학력미달 등 자격논란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화종은 1991년 11월 종헌종법 개정 이후 승려의 자격을 ‘중학교 졸업 이상자 또는 고등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우 스님은 중학교 졸업 여부가 확실치 않으며 현재 강원교구 종무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진우 스님이 지난 6월 10일 서리 권한으로 안정사 주지를 새로 임명한 것도 문제가 됐다. 해당 스님은 과거 강간치상과 폭력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주지 임명 후 2억원을 입금한 사실이 6월 16일 교구종무원장 회의 중 확인되면서 ‘배임수재’ 의혹이 제기됐다.

여러 의혹에 대해 서리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 서리는 종정 스님의 교시로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학력 등 자격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또 안정사 주지 임명은 집행부 임원회의에서 2억원을 받는 것에 대한 (대가성)논란이 있었지만, 변호사 입회 하에 정식절차를 거쳐 임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억원은 주지 임명 이틀 뒤 통장에 입금됐다고 진우 스님은 밝혔다.

총무원장 서리 체제의 법화종 총무원이 안정사 신임주지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재차논란이 일었다. 신임주지가 과거 강간치상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밖의 전과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임명 후 2억원을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안정사 말사 가섭암 주지 혜안 스님이 주지 임명에 반대하는 모습.

이런 가운데 법화종 중앙종회는 6월 18일 제104차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서리 진우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결의했다. 불심임 사유는 △이력서 허위기재(공문서 위조) △겸직금지 위반(강원교구 종무원장) △중앙종회 해산 모의 및 기도 △중앙종회 회의 방해 및 모욕 △중앙종회 종무행정 감사 거부 및 회계감사 지시사항 미이행 △종단 법령집 배부시 종헌종법 위조 △이중승적자 총무원 임원 임명 △종단발전기금 명목으로 총본산 안정사 주지 대가성 임명 △서울 성북구 총무원 청사 매각에 따른 회계보고 거부 등 9개 항목이다.

중앙종회 의원 스님들은 또 불신임 결의에 대한 후속조치로 법원에 진우 스님에 대한 총무원장 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진우 스님을 안정사 주지 임명과 관련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에 따라 발전기금 2억원을 비롯, 법화종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향후 검찰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측도 7월 15일 중앙종회의장 성운 스님을 비롯한 종회의원 스님들에 대해 체탈도첩과 공권정지 5년의 징계를 내리는 등 맞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총무원측은 징계사유에 대해 “종단 기강을 무너뜨리고 종무행정을 마비시키기 위한 해종 행위를 했다”고 밝혔지만 징계를 받은 의원 스님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스님은 “조사내용을 근거로 유추할 때,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구속 이후 ‘비상종단 정상화와 발전 개선방안’ 보고서를 종정 스님에게 제출한 것과 종회 회의를 총무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진행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는 종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종법에 저촉되는 사안도 아니다”며 “중앙종회 보고서는 총무원장 법정 구속으로 인한 결원 발생시 적용되는 종헌종법 규정 및 법률자문과 향후 대책방안으로 구성됐고 종법상 종회 장소도 종회의원 동의로 변경 가능하다. 반드시 총무원 청사일 것도 요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측은 “종회의원들이 종단과 총무원을 장악하기 위해 종정을 압박했다”며 “올해 6월 16일 상벌위원회의 1심 징계결정이 내려지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서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무원장 서리측 집행부와 중앙종회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법화종이 창종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상임이사 종단인 법화종은 이번 총무원장 구속 사태로 의전순위가 30개 종단 가운데 28위로 밀려나는 등 종단 위상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총무원장 궐석에 따른 차기 총무원장 선거가 시급하지만, 양분된 현 종단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논란 여부를 떠나 총무원 책임자인 총무원장 서리는 중앙종회에 의해 불신임됐고, 종법상 총무원장 선출권한을 가진 중앙종회 의원 9명 가운데 5명이 총무원장 서리에 의해 징계조치된 상황이다. 특단의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회의장 성운 스님은 “더이상 종단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여론이 많다”며 “많은 상처를 입더라도 썩은 부분을 과감히 드러내고 제거해야만 법화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종회 의원들이 제기한 총무원장 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7월 17일 심리 종결됐으며 선고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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