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묘유현상(妙有現象)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의 철학자 레우키포스(Leukippos)는, 세상을 '비어있는 공간(Kenon)'과 이를 채울 ‘충만한 것[Atom, 원자(原子)]’으로 나누었다. 아주 작아 더 이상 분할 할 수 없으며 단단한 원자는 무수히 많으며, 비어있는 곳을 움직이고 있어, 허공 안에서 일어나는 원자의 재배열로 세상의 다양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의 제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 BC 460? ~ BC 370?]는 원자의 운동과 다원성을 거부하지 않았고, 원자들이 허공에서 모였다 흩어짐을 반복하며 집적하고 여기에서 불, 물, 공기, 흙이 탄생한다고 여겼다. 근대 과학에 있어서는 19세기 초에 돌튼(Dalton)에 의해 원소의 최소 단위로서 원자가 도입되었다.

1803년 영국의 화학자 돌튼이 제안한 원자설은, ‘1)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작은 입자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2) 같은 원소의 원자는 크기, 모양, 질량 등 모든 성질이 같고, 다른 종류의 원자는 성질이 서로 다르며, 3) 화학 변화가 일어날 때 원자는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4) 화합물은 두 종류 이상의 원자들이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질량 보존의 법칙과 일정 성분비의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원자는 불가분의 것이 아니고,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밝혀지고, 원자보다 더 작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을 소립자(素粒子)라 하였다. 가장 먼저 발견된 소립자는 전자이고, 뮤온(Muon), 중성미자[Neutrino], 반중성미자[Antineutrino], 쿼크(Quark), 타우온(Tauon), 힉스(Higgs)등 현재는 약 300여 종의 많은 소립자가 알려져 있고 소립자는 생성?소멸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색[色, 물질]의 궁극은 공상(空相)인 원성실(圓成實)의 일상(一相)이고, 색이란 곧 실상(實相)의 음적(陰的) 묘유현상(妙有現象)이라고 한다. 묘유의 극치인 비공비유[非空非有, 공도 아니고 유도 아님]의 경계를 인허(?虛)라 하고, 이는 5안 중 혜안(慧眼)으로 볼 수 있다. 인허의 7배인 궁극적 물질[色究竟]을 극미[極微, paramâ?u]라 하고, 극미는 법안으로 볼 수 있다. 극미는 8사[八事, 地水火風 四大와 6경(境)중 색향미촉(色香味觸) 4경]을 갖추고 있다.

“색취[色聚, 색의 무더기]로서 지극히 세밀한 것을 '극미(極微)'라고 이름하니, 이는 이보다 더 이상 미세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이러한 미취(극미)는 욕계(欲界)에서, 소리[聲]가 없고 근[根, 신근, 안근 등]도 없을 때에는 8사(事)가 함께 생기[俱生]하는데, (8사 가운데) 하나도 멸하는 일이 없다.” [色聚極細立微聚名。爲顯更無細於此者。此在欲界無聲無根。八事?生隨一不滅。] <阿毘達磨?舍論 T1558_.29.0018b22-24>

극미의 7배인 미진[微塵, 미(微), a?u; 대수로 7을 곱하기보다, 공간적으로 중앙 1극미의 상하좌우전후에 각 1극미씩 6극미를 붙인 7극미]은 천안(天眼)으로 볼 수 있다. 7미진인 금진[金塵, loha-rajas]은 금(金) 속을 장애없이 자유왕래하는 정도로, 수행인의 육안으로 볼 수 있다. 7금진인 수진[水塵, ap-rajas], 그리고 순차로 토모진[兎毛塵, ?a?a-rajas], 양모진[羊毛塵,avi-rajas], 우모진[牛毛塵, go-rajas], 극유진[隙遊塵, 일광진(日光塵, v?t?yana-cchidra-rajas]으로 7배씩 증가한다. 일광진은 벽틈이나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보이는 부유물(浮遊物)로서 색구경인 극미의 823,543[77]배이다.

이로써 각각의 양을 상상할 수 있으나, 미(微)를 쌓아 작은 데서 큰 것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색온(色蘊)의 소멸하는 정도를 보인 것으로 아공법공(我空法空)을 이루기 위한 석공관[析空觀, 모든 현상을 분석하여 거기에 불변하는 실체가 없으므로 공空이라고 주시함] 수행으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알아마친 후 반야심경을 꿰뚫어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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