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신심 ‘감동’… 참회하며 걷다

‘결사 동참’의 마음준비 없이
?무작정 따라나선 순례 ‘반성’?
?첫날부터 물집 잡혀 고생길
?함께 한 도반 도움으로 극복

만행결사 예비순례 도중 쉬고 있는 본지 노덕현 기자(왼쪽 두번째)와 스님들.

‘부처님 성지 결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마음가짐부터…’

태화산 예비순례 마지막 날 빗줄기가 그치고 마곡사 해탈문을 지날 때 마음은 오히려 무거워졌다. 그동안 ‘기자’라는 허울에 싸여, ‘취재’라는 핑계대기 좋은 구실로 인해 ‘결사’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주지의 사실과 같이 인도만행결사는 ‘결사’다. 그동안 부처님 8대 성지를 관광, 혹은 단순한 성지순례로 찾는 것에서 부처님 발자취를 따르는 수행운동으로 전환하고 그로 인한 원력을 모아 한국불교를 바꿔보자는 현대판 불교개혁 불사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태화산 예비순례가 진행되는 한국문화연수원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입구부터 늘어서서 결사에 임하는 서약서를 쓰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을 보며 ‘아! 내가 안일했던 건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준비가 외형적인 것에 있었다는 데 있었다. ‘100여 명이 걷는다’, ‘새벽부터 걷는다’ ‘비오는데 걷는다’ 관심은 오로지 ‘걷는다’에 맞춰져 있었다. 결사가 걷기대회가 아님에도 마치 걷기대회를 취재하듯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걷기를 연습하고, 걷는 데 편한 아웃도어 용품을 사는 데 집중했다.

인도 현지에서 함께 정진하는 다른 대중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원활한 취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그것보다 ‘불교계 언론’이라는 결사의 한 구성축으로 ‘어떻게 기사와 영상을 보는 불자, 혹은 일반시민들이 신심을 더 내게 할 수 있을까’란 치열한 취재준비가 필요했다. 

처음 인도만행결사를 제안한 자승 스님은 부처님이 당시에 걸었듯 맨발로 순례를 하겠다고까지 말했다. 파상풍 등의 위험으로 주변에서 만류하여 무산됐지만 왜 그런 의견까지 냈을까를 생각하면 한 명의 기자이면서 한 명의 결사대중이 되어야 했다.

무거운 마음을 덜어준 것은 바로 동참기 취재과정에서 본 결사대중들의 모습이었다. 3박 4일 동안 결사대중이 보인 것들은 함께 걷느라 지친 몸과 달리 신심은 더욱 차오르게 했다. 70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용맹정진’이 무엇인지를 길 위에서 보여준 호계원장 스님은 비교적 젊은 나이를 자신감으로 삼았던 기자가 한걸음 더 걷고 뛰게 만들었다. 

정말 목이 마를 때 먹으려고 배낭에 넣어 놓은 오이를 마지막 깔딱고개에서 기자에게 건넨 스님, 첫날 물집이 많이 잡혔다는 말에 본인의 발가락 양말을 선뜻 건네준 보살님은 대중이 함께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폭우 속에서도 우의 하나 걸치고 10여 시간 길 안내를 맡은 봉은사와 조계사 종무원들, 새벽 1시 반부터 식사를 준비해 어두운 농로를 달려 결사 대중에게 공양을 전한 한국문화연수원 직원들은 각자의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이러한 원력이 기자의 마음에서 하나로 모이자 거짓말처럼 셋째날에는 물집으로 인한 발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걸으면 걸을수록 힘이 났다. 마곡사 경내로 들어서자 30여km를 걸어온 다리를 끌고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위한 뜀박질조차 가능했다. 

기자들은 이번 예비순례에서 자자(自恣)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사대중의 ‘취재’를 위한 배려인지, 기자답게 글로 하라는 큰 그림인지 이렇게 체험기를 통해 참여하지 못한 자자를 대신한다. 그리고 결사대중에게 감사를 표한다. 다음 순례에는 ‘무작정 간 후회막심 체험기’가 아닌 ‘작정하고 간 발심 동참기’로 찾아뵙길 다시 한번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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