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주현

세상에는 자기를 세우는 사람과 자기를 세우지 않는 사람, 이렇게 두 분류가 있습니다. 자기를 세우는 사람은 남이 자기를 꾸짖으면 자신도 그만큼 되돌려줍니다. 남이 나를 미워하면 미운 마음을 그 사람에게 되돌려줍니다. 

자기를 세우지 않는 사람은 남이 자기를 꾸짖어도 되돌려 꾸짖지 않습니다.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미움으로 되갚지 않습니다. 또 남이 때린다고 해도 되돌려 때리지 않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자기를 세우지 않는 사람은 엄청나게 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꼭 되돌려 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되돌려주지 않음으로 해서 즉 복수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익을 볼 때가 더 많습니다. 사자와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군요. 

사자 한 마리가 큰 나무 아래 누워 있는데, 바람이 불어 나무열매가 사자의 얼굴에 떨어졌습니다. 사자는 화가 나서 나무를 꼭 혼내주려 벼루고 있었습니다. 그런지 사흘 째 되던 날, 한 목수가 수레바퀴에 쓸 재목을 찾아 산에 왔습니다. 사자는 나무에게 복수 할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목수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수레바퀴에 쓸 재목이라면 이 큰 나무를 베어가시오.”

목수는 사자의 말대로 나무를 베었습니다. 그러자 넘어진 나무는 목수에게 속삭였습니다.
“사자의 가죽을 바퀴에 사용하면 아주 질깁니다.” 목수는 나무의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사자를 사로잡아버렸습니다.

사자와 나무는 하찮은 일로 서로가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남으로부터 모함을 받거나 미움을 받거나 손해를 본다면 그 순간은 분한 마음뿐입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몇 배로 갚아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한 마음을 삭히고 삭힌 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하찮은 일이 됩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참고 있을 걸…’ 이런 후회를 해본 일이 더 많을 겁니다. ‘복수혈전’은 영화이지 인생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작고 하찮은 일을 가지고 앞뒤 재다보면 자신의 에너지가 쓸데없이 소모되고 맙니다. 자기를 세우는 사람은 분노의 에너지를 키우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인생 낭비입니다. 

자기를 세우지 않는 사람은 어느덧 자신의 마음그릇이 커져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마음그릇이 커지면 남을 미워하는 일도,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드니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만큼 세상살이도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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