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호지, 상습 도난사건
주지 스님 “범인에 자비”

타종교시설들에 비해 보안과 도난사건에 취약한 사찰. 일본의 사찰들도 상습적인 불전함 털이범들로 곤란을 격고 있다. 한편 상습적인 도난사건에 골치를 앓으면서도 범인을 자비로 감싸겠다는 사찰이 있어 화제다. 지난 7월 26일 일본의 ‘토카이 테레비’ ‘FNN 프라임 온라인’등의 언론들은 도난사건의 경위와 사찰의 대응을 보도했다.

보시함의 메세지에도 범행은 계속 됐다.
사진출처=토카이 테레비

일본 아이치(愛知)현 아이사이(愛西)시에 소재한 ‘다이호지(大法寺). 50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정토종의 고찰로, 예로부터 악연을 끊어내는 영험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또 아이사이시내에서 최초로 수목장을 진행한 사찰로도 지역에서 이름 높다.
그러나 다이호지는 오랫동안 상습적인 불전함 도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주지인 하세오 렌게 스님은 “오랫동안 불전함의 보시금이 도난당해 왔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필요하여 가져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채 넘겨왔다”고 설명했다.

도난사건이 일어나는 불전함은 사찰의 마당겸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곳에 봉안한 지장보살상 앞에 서있다. 향로와 촛대가 설치되어 있는 이 철제 불전함은 참배객들이 보시금을 넣고 초와 향을 지장보살님께 공양할 수 있는 구조로 세워졌다. 야외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세워진 불전함이니 만큼 보안에 취약한 상태다.

주지스님은 상습적인 도난사건에 불전함에 메시지를 붙여 두기까지 했다. “불전함에 손을 대려는 당신. 어떻게든 돈이 필요하다면 먼저 지장보살님께 손을 모아주세요. 그리고 스님과 이야기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렌게 스님은 “설사 보시금 도둑이라 할지라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상습 범행에 결국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방범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이호지 측은 “빈번한 범행에 결국 올해 1월에 적절한 해제조치 없이 불전함을 열었다간 방범부저가 울리는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2월에 방범부저 기계채로 도난당했다”고 경위를 피해사실을 밝혔다. 경찰 측은 “방범부저채로 훔쳐갔다는 것은 해당 기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뜻으로, 상당한 악질 상습범으로 보인다”고 추측하고 있다.

6월 19일 오전 1시경에 촬영된 방범카메라 영상에는 60~70대 가량의 남성이 드라이버로 자물쇠를 파손했으나 열리지 않자, 한동안 주변을 탐색한 후 불전함을 안고서 억지로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다이호지 측은 “홧김이었는지, 불전함은 본래의 자리에서 30m 가량 떨어진 풀밭에 던져져 있었고, 파손은 있었지만 보시금은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주지 렌게스님은 “보시금에까지 손을 대려는 건, 그만큼 힘들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이야기하고, 악연을 끊는 사찰인 만큼 그간의 악업을 끊어내는 기도를 하고서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하고 싶다. 어떤 일이든 스님으로서 절에서 기다리겠다”며 자비로운 모습을 보였다.

박영빈 객원기자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