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흥이란? 함께 하는 것’

만행결사의 첫 발이 드디어 내딛어졌다.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간의 태화산 예비순례를 통해서다. 단순히 인도에 가기 위한 예비단계가 아닌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계속 이어지는 대장정’의 시작이다. 그 시작점에서 결사대중은 무엇을 느꼈을까. 노덕현 기자

“가행정진 꿈 이룰 기회 오히려 감사”
최고령 참가자 무상 스님(조계종 호계원장)

최연장자인 호계원장 무상 스님은 이번 순례에 대해 “가행정진의 꿈을 이루는 첫 발”이라고 평가했다. “젊어서 해인사 선방서 용맹정진할 때를 떠올리곤 한다”는 스님은 마음 속 이판승으로의 꿈, 그리고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에 대한 꿈을 함께 하게 해준 결사대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스님은 “만약 종단에서 소임을 보지 않았다면 동안거 상월선원도 들어갔을 터”라며 “인도성지순례도 여러차례 갔지만 그때는 차로 다녀 인도만행결사 소식을 듣고 무조건 간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흔이 넘는 나이가 걸렸지만 배려로 예비순례도 마치게 됐다. 후배들 정진에 방해되지 않고 어려운 불교에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선 수행 대중화 물꼬트길”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

상월선원 천막결사에도 동참한 호산 스님은 이번 예비순례가 ‘행선’(行禪) 수행의 대중화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님은 “이번 예비순례는 스님과 재가자들이 함께 행선으로 정진하는데에 큰 의미가 있다. 사부대중이 탁마하며 행선하는 것만으로도 불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1차 예비순례에서는 ‘행선’이기에 묵언과 스마트폰 사용금지 등을 내걸었지만 좌선과 달리 지켜지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다음 순례에서 보다 엄격한 규칙을 정하고 대중이 함께 수행가풍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며 “대중 수행의 전범으로 자리해 원력 결집을 통한 불교 중흥의 계기가 되도록 이바지 할 것”이라고 전했다.

 

 


“1차 순례 대중 무사 회향 감사”
만행결사 지객 원명 스님


만행결사서 지객을 맡은 원명 스님은 큰 사고 없이 무사회향한데 대한 감사와 함께 앞으로 진행될 순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스님은 “걸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만행결사는 상월선원 4대결사 정신을 잇고 불교중흥이 바로 나부터 시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30km를 걷듯 우리 모두가 함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바로 오늘이 한국불교의 변화가 되고, 내일이 불교의 중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인도만행결사까지 치열하게 궁구하는 결사대중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불자들이 느낀 바가 있었으면 한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완주 아니에요. 정진의 시작이죠.”
前총무원 재무부장 유승 스님

비구니 스님들로 이뤄진 조를 이끈 유승 스님은 “이번 예비순례는 운동이나 경기가 아닌 수행이기에 완주(完走)가 없고 정진 만이 남는다”며 “전체 대중이 속도를 맞춰 함께 걷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마음으로 일치가 되어 수행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이어 “불자대중의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이번 만행결사의 목적이었고, 각자 개인의 수행원력이 모여 불교 중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인도만행결사의 서원을 금생에 성취하는 기회를 얻어 기쁘기 그지없다. 앞으로 열심히 수행을 잘하여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재가대중 소중함 느낀 계기”
상월선원 천막결사 시자 도림 스님

상월선원 천막결사에서 시자로 참여했던 도림 스님은 이번 예비순례를 비롯한 만행결사가 스님들 입장에서 재가불자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였다고 털어놨다.

도림 스님은 “정적인 참선수행인 천막결사와 달리 동적인 정진결사인 만큼 또 다른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함께 걷는 불자들이 있어 힘이 났다”며 “인도에서 펼쳐질 만행결사의 예비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모두가 힘을 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이번 정진의 원력이 한국불교 중흥 뿐만 아니라 코로나 극복과 소외계층 보살핌 등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수행으로 걷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분들이 많기에 만행결사를 통해 원력을 모으고 사회 곳곳을 불교가 살펴 수행과 실천행이란 이정표도 새롭게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후속 결사에 작은 걸음 보탰으면”
최연소 참가자 백준엽 씨

24살의 나이지만 만행결사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2학년인 백준엽 씨는 “상월선원 결사가 지치고 힘든 저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선사했듯, 만행결사 또한 불자대중이 함께 무엇인가 이룰 수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예비순례에서 준비는 했지만 다소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태화산에 인드라망이 펼쳐진 것처럼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원만 회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백 씨는 경북대가 위치한 대구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며 고립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백 씨는 “정서적인 압박감에 포기하고 휴학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들 때 상월선원 스님들이 전한 울림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부처님 걸은 길을 따라 걷는 스님들의 발걸음에 제가 잘할 수 있는 오래걷기로 작은 걸음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불교에 대한 좋은 인식 갖는 계기”
가톨릭 신자 마리아 이태경 씨

이태경 씨는 이번 만행결사 태화산 예비순례에서 이른바 ‘마리아 보살’이라고 불렸다. 온 가족이 가톨릭 신자인 이 씨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지인과 함께 우연히 방문하며 불교수행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이번 예비순례를 통해 불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이 씨는 “스님들이 대중들과 함께 걸으며 이끌어주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연 속을 걷는 가운데 그 안에 우리 전통인 사찰과 불교가 자리하고 있음에 불교에 대한 친숙함도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족신앙인 가톨릭을 저버릴 순 없지만 불교에 대한 애정도 높아졌다는 이 씨는 스스로를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자라고도 했다.

“다음에도 스님들과 불자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겠습니다.”

 


“부부가 함께, 걷는 수행 좋아요”
이영경·이병인 부부(동국대 경주캠 총장 부부)

평소에도 부부가 1시간 여씩 걷는다는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 총장과 이병인 부산대 교수 부부는 예비순례 첫날인 7월 28일 오전 마곡사 순례코스에 동참했다. 다른 일정 탓에 짧은 동참이었지만, 이 총장 부부는 가족이 함께 걷는 수행문화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이 총장은 “수행을 골자로 가족이 모두 수행하는 휴가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으며, 이 교수는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치유와 정진을 함께 가져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한 앞으로의 결사에도 대중들의 마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랬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대장정이 이어지고 동참대중들의 원력이 하나로 모이길 기원합니다.”


“청년 원력 모아 결사 밑거름 될 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라원준 간사

연운사 홍보주임 신분으로 이번 만행결사 예비순례에 참여한 라원준 대불련 간사는 앞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불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라 간사는 “대불련에서 상월선원 정진현장을 찾았을 때 감동을 받고 이번 예비순례에 참여하게 됐다. 스스로의 한계를 경험하는 정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 간사는 “안타까운 것은 청년불자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봤는데 아쉬움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더 크다”며 “걷는 내내 하나의 화두처럼 있었다. 앞으로 청년불자들의 마음도 함께 모아 정진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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