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예비순례 7월 29일 2일차 우중일정 성료

점차 드세지는 비바람에 우의를 꺼내 입는 결사 대중의 모습

새벽 3시 40분, 어김없이 태화산 예비순례에서의 하루는 시작됐다. 첫 순례와 달리 두 번째 순례는 비와 함께 진행됐다. 중간 중간 폭우로 옷이 젖고, 우의에 습기가 차는 등 불편한 상황에서도 결사대중의 얼굴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비에 젖자 결사 대중의 구도열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7월 29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 모인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참가대중들은 폭우를 뚫고, 이날 순례일정을 성료했다.

속도 맞추려 1조 대중 후미로
폭우에 한마음, 속도 더 높아져
어둠 함께 밝히고, 격려로 성료

이날은 첫날 선두에서 대중을 이끈 前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1조의 스님들이 후미그룹으로, 첫날 2그룹이었던 2조 스님들이 앞으로 나섰다. 우천 상황이지만 첫날과 달리 본래 계획된 유구읍을 거쳐 사곡면을 지나 돌아오는 31km의 길을 걸었다.

어둠 속에서 뒷사람의 랜턴 불빛은 앞사람의 길을 안내하는 빛이 되었다.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린 대중들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칠흑 같은 어둠을 랜턴으로 밝히며 길을 나섰다. 가벼운 몸도 잠시 한국문화연수원을 나서자 마자 빗줄기는 강해졌다. 일기예보에서는 시간당 40mm에 불과했지만 스콜성으로 몰아치는 빗줄기에 많은 결사대중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저마다 준비한 우의를 꺼내 입은 대중들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뒷 사람의 랜턴이 비춘 길은 앞 사람의 발을 놓는 길이 됐고, 앞 사람이 밟은 길은 뒷 사람이 밟을 길이 됐다.

그래서 일까. 전날 예정보다 많은 순례를 진행해 피로감이 남아있을만 하지만 순례의 속도는 더욱 빨랐다. 11km 가량 떨어진 아침공양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연수원을 출발한지 2시간 여가 지난 6시 30분 경이었고, 22km가 떨어진 점심공양 장소에서는 예상된 시간보다 빨라 밥차를 기다리기도 했다.

새벽 4시, 결사 대중이 한국문화연수원 인근 마을을 조용히 지나고 있다. 새벽 마을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묵언 속에 조용히 걷기를 진행했다.

여기에 불어난 하천 옆으로 난 뚝방길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 기적처럼 빗줄기는 줄었다. 하늘이 도운 순례에 힘을 얻은 대중들은 오후 가장 힘든 오르막 고개에 임했다. 1.5km의 오르막에서는 다소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무사히 마곡사를 통과해 연수원에 당도했다.

비구니 스님들을 대표해 유승 스님은 “대중과 함께 무사히 끝나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100명이 넘는 대중이 함께 속도를 맞춰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각자 다른 마음들이 하나 하나 일치 되어 전체 대중의 수행으로 모인 것 같다. 이 것이 이번 결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자 하나 하나의 불심이 모이면 불교 중흥도 어느새 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화정교 앞 하천 뚝방길을 가지런이 걷고 있는 결사대중들의 모습. 저마다 우의를 준비해 입은 모습이 이채롭다.

정충래 동국대 이사도 “답사를 했지만 본 순례는 역시 달랐다. 본 순례는 사부대중이 같이해 더욱 의미가 있었고 힘들 때마다 함께 걷는다는게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회향 시점이 다가오자 밝은 웃음을 보이는 참가자의 모습.
예상보다 빠른 도착에 점심공양 장소에서 물에 불은 발을 말리는 스님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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