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오지여래(五智如來)

우리 모두는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 불성의 공덕은 무량하다. 무량공덕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것이 열반이다. 열반은 번뇌가 다 멸해버렸으므로 멸도(滅度)이고, 영생이므로 불생(不生)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므로 불생(不生)이어야 영생이 되는 것이다. 열반은 또 지극히 안락하므로 극락(極樂)이며, 얽매임 없이 자유자재이므로 해탈이다. 이를 네가지로 정리한 것이 열반의 네가지 공덕[四德]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이다.

열반사덕에서, 상덕(常德)은 항상 변함이 없고 생멸이 없음을 말하고, 낙덕(樂德)은 무위안락함, 곧 인연생멸을 떠난 안락함이다. 아덕(我德)은 신통묘용(神通妙用)이 크게 자재로운 8대자재아(八大自在我)인 것이고, 정덕(淨德)은 일체 번뇌의 오염을 벗어나 청정한 것이다.

팔대자재아는, ‘1) 능히 한 몸이 여러 몸이 됨. 2) 한 티끌몸이 대천계를 가득 채움. 3) 큰몸을 가볍게 들어 멀리가게 함. 4) 무량한 종류를 나타내 한곳에 머물게 함. 5) 6근을 서로 교차 사용함. 6) 일체법(일체현상)이 무법상과 같음. 7) 한 게송의 경을 무량겁동안 설함. 8) 몸이 모든 곳에 두루 편만(遍滿)하여 허공과 같게 함.’ 등이다.

불성의 무량공덕은 간추려 오지(五智)로 나타낼 수 있는데, 1)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 제9 암마라식(菴摩羅識), 곧 정식(淨識)을 전(轉)한 바로서, 법계의 모든 현상의 차별적인 모습의 본성인 법계체성(法界體性)이 곧 육대(六大)라 육대법계(六大法界)의 삼매에 머무름을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라 함], 2) 대원경지[大圓鏡智;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을 전(轉)한 바로서 법계의 만상(萬象)을 현현(顯現)함이 대원경(大圓鏡; 커다란 둥근 거울)과 같은 지(智)], 3) 평등성지[平等性智; 제7 말라식(末那識)을 전(轉)한 바로서 제법평등(諸法平等)의 작용을 이룩한 지(智)], 4) 묘관찰지[妙觀察智; 제6 의식(意識)을 전(轉)한 것으로서 제법을 묘분별(妙分別)하여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고 설법(說法)하여 의심을 끊어주는 지(智)], 5) 성소작지[成所作智; 안식(眼識) 등의 전오식(前五識)을 전(轉)한 바로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묘한 일을 성취한 지(智)]의 다섯가지 지혜이다. 이 오지는 결국 전5, 6, 7, 8, 9식을 지혜로 바꾼 것[轉識得智]이다.

불성이 현현한 것이 열반이므로, 불성공덕과 열반사덕은 같은 것이므로 서로 배대될 수 있으며, 법계체성지는 총덕[總德; 열반사덕을 합친 것]에, 대원경지는 아덕에, 평등성지는 낙덕에, 묘관찰지는 상덕에, 성소작지는 정덕에 각각 배대된다.

오지 각각을 갖추어 인격화한 것이 오지여래로 위의 각 지혜의 순서대로, 1) 비로자나불, 2) 아축불, 3) 불공성취불, 4) 미타불, 5) 보생불이 오지여래이다. 이상은 중생이 성불을 향해 나아가는 상전문(上轉門)이고, 붇다가 중생을 제도하는 하전문(下轉門)에서는 평등성지가 보생불, 성소작지가 불공성취불에 배대된다.

“동방의 아축불(阿?佛)은 대원경지(大圓鏡智)[또한 금강지(金剛智)]로 인해 이룩되고, 남방의 보생불(寶生佛)은 평등성지(平等性智)[또한 관정지(灌頂智)]로 말미암아 이룩된다. 서방의 미타불(彌陀佛)은 묘관찰지(妙觀察智)[또한 연화지(蓮華智), 전법륜지(轉法輪智)]로 말미암아 이룩된다. 북방의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은 성소작지(成所作智)[또한 갈마지(?磨智)]로 말미암아 이룩된다. 중앙의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근본이 되는 법계지(法界智)로 말미암아 이룩된다.”[東方阿?佛。因成大圓鏡智。亦名金剛智也。南方寶生佛。由成平等性智。亦名灌頂智也。西方阿彌陀佛。由成妙觀察智。亦名蓮華智。亦名轉法輪智也。北方不空成就佛。由成成所作智。亦名?磨智也。中方毘盧遮那佛。由成法界智爲本。]<金剛頂瑜伽中發阿?多羅三?三菩提心論 T1665_.00.0573c24-c29>

금타대화상의 <금강심론> ‘제1편 1인전에 1인도 제2장 보리방편문 제4절 오지여래’에, “(법보화 삼신일불인) 아미타불은 법계체성인 1법신에 평등성으로 묘관찰하는 대원경적 능지(能智)보신과 성소작의 소지(所智)화신을 겸(兼)하고 사지(四智)에 만덕(萬德)을 함께 갖추니라”라고, 오지(여래)와 삼신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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