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화 원류를 찾아서] 15. 사천왕 관련 도상
[한국불화 원류를 찾아서] 15. 사천왕 관련 도상
  • 조성금/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객원교수
  • 승인 2020.07.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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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은 처음부터 무서웠을까

​​​​​​​일주문서 만나는 무서운 사천왕상
부처 제세부터 사천왕 신앙 존재
〈장아함경〉엔 ‘창을 호지’ 명시돼
시기·지역마다 지물 모양 달라져
무장형 사천왕 중앙아시아서 시작
〈미륵하생경변상도〉의 좌우 사천왕 부분, 고려 1294, 비단에 채색, 227.2×129cm, 일본 묘만지 소장: 무장형 사천왕 중에서 북방 다문천만이 보탑을 갖추고 있다.
〈미륵하생경변상도〉의 좌우 사천왕 부분, 고려 1294, 비단에 채색, 227.2×129cm, 일본 묘만지 소장: 무장형 사천왕 중에서 북방 다문천만이 보탑을 갖추고 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사찰에 갈 때면 주지 스님께서 주실 빨간 사탕과 약과를 먹을 생각에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하였듯이 반드시 거쳐야 할 무서운 통과의례가 있었는데, 바로 일주문을 지나 무시무시한 사천왕상을 거쳐 가야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숨을 참고 뛰어가거나, 할머니의 등에 업혀서 자는 척 두 눈을 꼭 감고 사천왕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통과의 방법이었다.

어린 시절의 필자는 왜 이렇게 무섭게 생긴 모습으로 사천왕이 절의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계신지 늘 불만이었다. 

사천왕은 어디에서 오셨을까? 처음부터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모습으로 무서운 표정을 지었을까?
사천왕(四天王)은 제석천의 명을 받아 불법세계의 사방을 수호하는 네 명의 천신(天神)으로서, 수미산(須彌山) 중턱 유건다라(由健陀羅)의 동서남북을 둘러싼 사방사주(四方四州)에 배치되어 있다. 동방 지국천(持國天, dhara: 수호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은 건달바(乾達婆), 서방 광목천(廣目天, virpka: 여러 가지 색의 눈으로 국토와 중생을 널리 살핀다는 의미)은 용왕, 남방 증장천(增長天, virhaka: 중생의 이익을 크고 넓게 한다는 의미)은 구반다(鳩槃茶), 북방 다문천(多聞天, Vaiavana: 중생의 소리를 두루 넓게 듣는다는 의미)은 야차(夜叉)를 권속으로 한다. 이 중에서 북방다문천왕은 비사문천(毘沙門天)으로도 불리며, 사천왕들의 우두머리이자 일찍부터 독립되어 신앙의 대상으로 유행하였다.

네 방위를 상징하는 신은 일찍이 서아시아의 조로아스터교와 마니교에서도 나타나며, 인도 고대신화에 나오는 야차가 불교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베다 시대부터 등장하여 동 인드라, 서 야마, 남 바루나, 북 쿠베라의 각각의 사방신이 불교 사천왕상의 기원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천왕이 기록된 가장 이른 경전을 꼽는다면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 속하는 〈장아함경(長阿含經, Drghgama, K-647, T-1)〉이다. 이 경전은 후진(後秦) 시대에 불타야사(佛陀耶舍, Buddhayaas)와 축불념(竺佛念)이 413년에 장안(長安)에서 번역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불교학자들은 불멸 후 100년경에 성립된 것으로 본다. 〈장아함경〉의 처음 제1분 대본경(大本經)에서부터 사천왕이 등장하고 있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을 알아야 한다. 비바시보살(석가모니)께서 어머니의 태 안에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 해서 어지럽지 않았다. 네 명의 천자(天子)가 각각 창을 잡고 그를 호위해 사람이나 혹은 사람 아닌 것들이 그를 침노하거나 해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니라. 사방에 있는 네 명의 천자에게는 큰 이름과 위엄과 덕이 있네. 하늘나라 제석이 보낸 그들은 보살을 잘 지키고 보호했네. 손에는 언제나 창을 잡고 보살을 호위해 떠나지 않아 사람도 귀신도 침노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니라.”

위 〈장아함경〉의 내용을 통해서 볼 때 사천왕은 이미 부처님의 재세시기부터 인도 본토에서 등장하였으며, 제석의 명을 받는 네 명의 호법신으로서 창을 호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사천왕의 명호를 구분하는 방법인 칼·보배·탑 등의 다양한 지물은 이 시기에는 확립되지 않았다. 

사천왕의 지물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 차이점을 보이며, 지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경전 중에서 이른 사례가 당나라 때 아지구다(阿地瞿多, Atigupta)가 654년에 번역한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과 보리유지(菩提流支, Bodhiruci)가 709년에 번역한 〈일자불정륜왕경(一字佛頂輪王經)〉이다. 

〈사천왕봉발부조〉, 간다라 3~4세기, 회색편암, 45×59cm, 일본 히라야마이쿠오 컬렉션: 부처님의 성도 후 귀인복장(좌)과 보살복장(우)의 사천왕들이 발우를 바치는 장면
〈사천왕봉발부조〉, 간다라 3~4세기, 회색편암, 45×59cm, 일본 히라야마이쿠오 컬렉션: 부처님의 성도 후 귀인복장(좌)과 보살복장(우)의 사천왕들이 발우를 바치는 장면

〈다라니집경〉 사천왕상법(四天王像法)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제두뢰타천왕상법(提頭賴蔘天王像法=지국천왕)은 신장은 1주(錄)이고 몸에는 온갖 천의(天衣)를 걸쳐 극히 정묘(精妙)하게 꾸미고 있으며 몸과 상칭(相稱)됩니다. 왼손은 팔을 펴서 아래로 내려뜨려 칼을 잡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팔을 앞으로 구부리고 손을 위로 뒤집어서 손바닥 안에 보배를 지니고 있는데 보배에서 광명이 나옵니다. 비로타가천왕상법(毗눂陀迦天王像法=증장천왕)은 …왼손은 앞의 천왕법과 같이 하여 팔을 펴서 칼을 잡고 오른손은 창을 잡고 창끝을 땅에 대고 있습니다. 비로박차천왕상법(毗눂博叉天王像法=광목천왕)은 …왼손은 앞에서와 같이 하되, 오직 창을 잡고 있는 것만이 다르고, 그 오른손 안에는 적색 동아줄을 잡고 있습니다. 비사문천왕상법(毗沙門天王像法=다문천왕)은 …왼손 역시 앞에서와 같이 창을 잡아 땅에 대고 오른손은 팔꿈치를 구부려 불탑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일자불정륜왕경〉에서 나타난 내용도 살펴보자. 

“…다음으로 부처님의 왼쪽의 동북방 구석 쪽에는 제두뢰타천왕(提頭賴蔘天王)을 그리되, 왼손에는 삭을 들고 오른손의 곁에서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있다. 다음으로 부처님의 왼쪽의 동남방 구석 쪽에는 비로차가(毘눂侘迦)천왕을 그리되, 왼손에는 삭을 들고 왼손은 밑에서 손바닥을 들어 올린다. 다음으로 부처님의 오른쪽의 서남방 구석 쪽에는 비로박걸사(毘눂博乞灑)천왕을 그리되, 왼손에는 삭을 들고 오른손의 바닥에는 금강저가 있다. 다음으로 부처님의 오른쪽 서북방 구석 쪽에는 다문천왕을 그리되, 왼손에는 삭을 들고 오른손에는 금강저를 들고 있다. 이들 세상을 보호하는 천왕은 각자 무늬가 장식된 갑옷을 입고 반가부좌를 하고 있다.…”

〈다라니집경〉과 〈일자불정륜왕경〉의 내용처럼 사천왕들의 지물에 관해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복장 역시 천의와 갑옷으로 각기 다르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북방 다문천왕의 경우 그 기원을 재보와 복덕을 관장하는 쿠베라에 두기 때문에, 재보를 토해내는 망구스(쥐)를 왼손에 오른손에는 레몬이나 그릇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 사례를 중국이나 티베트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만 생각하고 보탑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을 찾는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유물을 통해서 사천왕상의 모습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기원전 2세기의 산치 스투파나 기원 전후의 간다라 조각상에 표현된 사천왕은 우리에게 익숙한 무장형의 갑옷이 아닌 인도식 도티를 입거나 중앙아시아식의 튜닉형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남북조 시기의 사천왕은 보살형의 복식을 갖추고 있다. 

갑옷과 투구를 갖춘 무장형 사천왕의 가장 이른 사례는 4~5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호탄(Khotan)지역의 라왁(Rawak) 사원지에서 출토된 점토로 만든 상들과 투르판(吐魯番, Turfan) 토욕(吐度)석굴 44굴의 네 모서리에 그려진 사천왕 벽화가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무장형 사천왕 도상은 중앙아시아지역에서 정립되어 중국으로 전파되었으며, 이후 한국의 통일신라시기에 전해져 신앙의 대상이 되어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신라시기 감은사지 서 삼층석탑 출토 사리기 외함 사면에는 입상의 사천왕상이 동(창), 서(단검), 남(화염보주), 북(보탑)으로 지물을 들고 네 방위를 가리키고 있으나, 사천왕상의 이러한 지물과 복식의 표현은 특정 경전이나 의궤에 한정되지 않고 시대를 거듭하며 꾸준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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