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포교일기] 임종까지 佛子로 살다
[병상포교일기] 임종까지 佛子로 살다
  • 지인 스님/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지도법사
  • 승인 2020.07.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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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최주현
그림=최주현

코로나19 종식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병원은 아직 환우들을 찾아 병실 방문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병원 측 요청으로 모든 종교실 문을 닫아야하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 한 환자 때문에 법당 문만 열어놓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는 입원 중 병원 법당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그 환자는 문에 붙여진 부처님 포스터를 보고 위안 받아 매일 문 앞서 기도를 올렸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봉사자들은 법당 문이라도 열어야한다는 데 마음을 모으고 법당을 개방했다. 

어제는 병원 법당을 찾았다가 호스피스병동서 인연이 된 보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는 남편 없이도 씩씩하게 직장에서는 리더로, 집에서는 가장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2018년 이맘 때 쯤, 호스피스 병동에 갔을 때 보살은 나를 반기며 상담을 청했다. “스님 제가 개종해야 하는 게 옳은지 아닌지 답답해서 스님께 여쭈려고요.” 그녀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용인 즉, 남편은 현재 말기암 환자로 임종을 앞두고 있는데 경제 사정이 어려워 병원비에 대한 고민에 쌓여있는 중이고, 남편의 형인 시숙이 ‘개종’을 권했다고 한다. 개종하면 병원비와 장례식 비용 등을 책임져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남편은 개종을 거부했고, 본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 중에 있다며 상담을 청했다. 

딱한 사정도 사정이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용해 개종이라는 순수치 못한 제안을 하는 친척들에 대한 화가 일어났다. 병석에 누워있던 거사는 나를 보자마자 몹시 반가워했다. 아내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키고 잠깐이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불교와의 인연, 법명을 받게 된 일 등을 얘기할 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는 부처님에 대한 깊은 신심에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49재는 일산병원법당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 했고, 환자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합장했다. 이후 나는 BBS불교방송 ‘거룩한 만남’ 담당 제작진과 이 대상자에 대해 상의했고, 곧바로 사례자로 채택돼 방송됐으며, 며칠 후 안타깝게도 그는 임종했다. 나는 모든 가족들이 모인 자리서 불교식 임종 기도를 드렸다. 종교가 다른 가족들도 그 때는 별 저항 없이 내가 진행하는 의식에 순응하며 환자에게 마지막 하직 인사를 고했다. 그렇게 환자는 자신의 종교를 지키며 고귀하게 생을 마감했다. 

한 달 후 BBS 불교방송국 법당서 진행된 성금 전달식서 보살님은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눈물은 그곳에 온 다른 사례자들과 그 가족들뿐 아니라, 제작진 눈물샘도 자극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병고의 고통과 죽음에 직면했을 때는 한 마을뿐 아니라, 한 종교의 힘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병원 현장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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