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제20세 종정에 지허 스님이 추대됐다. 前 종정 혜초 스님의 임기가 2019년 4월 만료된 이후 1여년간 공석이었던 종정 자리가 드디어 채워진 셈이다. 한 종단의 종정은 법의 상징이자 종단의 정신적 스승이다. 때문에 늦게나마 지허 스님이 새로운 종정으로 추대되면서, 이를 종단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세월 태고종은 각종 분규로 어지러웠다. 무엇보다 편백운 스님으로 인해 불거진 최근의 종단사태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내 종단 순위가 격하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이 같은 혼란 속에 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전국 태고종도들의 전폭적인지지로 선출됐고, 태고종은 그동안의 곪은 상처를 조금씩 걷어내면서 종단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허 스님의 종정 추대가 유독 반가운 것은 이 같은 정상화 노력에 종정 스님의 존재가 굳건한 울타리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허 스님은 태고종에서 손꼽히는 선지식이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당대의 큰스님들을 만나 불법을 깨쳤으며 교학은 물론, 한평생 수행에 매진해 온 선승으로 일컬어진다. 대중들에게도 적잖이 알려졌다. 순천 선암사 아래 금둔사를 중창하고 거주하면서 한국전통 차와 차문화를 복원, 확산시켜 온 주역이기 때문이다.

태고종은 종정 추대를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종정 스님을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아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해야 한다. 계파와 이해관계를 따지며 과거를 답습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종정 추대를 계기로 모든 태고종도의 마음이 종단 발전을 향한 하나의 굳건한 원력으로 모이길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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