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다림 의식서 영가 수계
보시금 따라 계명도 달라
금전적 활용에 의미 퇴색
“비불교적인 전통”비판도

일본 각 가정에는 계명이 쓰여진 선조의 위패가 불단에 모셔져 있다. 사진출처=야후재팬 뉴스

불자가 수계를 받게 되는 계명(戒名)은 한국에선 흔히 법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에선 죽은 후의 고인에게 붙이는 영가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이 계명을 둘러싸고 일본 불교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7월 11일 일의 ‘야후 재팬뉴스’ ‘오토나 앤서’등의 매체들은 계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비판들을 보도했다.

같은 대승불교권 국가이지만 불교의 신행활동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한일 양국에서 가장 극명한 차이는 바로 계명, 혹은 법명의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불자로서의 입문인 수계를 받고 신행의 길잡이를 삼는 의미로 법명을 계사스님에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고인이게 붙이는 영가의 이름으로 계명이 통용되고 있다.

이는 중세 이후로 일본에서 정토신앙이 강해진 데서 유래한다. 살아생전 공덕과 아미타불의 본원력으로 사후 극락에 왕생한 이는 아미타불의 법문을 듣고 성불하기 위해 부처의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영가의 이름으로 계명을 붙이게 된 유래로 전한다. 실제 일본의 시다림 의식 가운데 영가에게 수계를 하고 계명을 전하는 의식이 들어있다.

이러한 일본의 계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두 글자에서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종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살아생전의 신행이나 수행정진의 단계에 따라 계명 앞에 도호(道號)라고 하는 별명이 붙는 경우가 있다. 또 사회나 종단 등에 큰 업적을 세운 이에게는 원호(院號)라고 하는 특별 법명이 추가되기도 한다.

문제는 현대에 와서 이러한 계명의 구성과 시스템의 다양한 문제점이 강력하게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계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후에 계명을 붙이는 것은 일본에만 있는 전통으로 불교 고유의 모습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겨우 몇 글자 남짓한 계명을 위해 몇 십 만엔서부터 몇 백 만엔까지 요구한다. 과연 이것이 계율적으로 합당한 일인가?”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 일본 사회에서는 ‘비싼 계명’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원호, 도호, 계명을 모두 포함한 이름을 말한다. 살아생전 큰 업적이 없거나 수행정진이 없더라도 고액의 금전을 지불하면 모든 계명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사찰의 한 주지스님은 “가장 상급의 계명인 원호의 경우, 지역이나 사찰의 경제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 십만엔 정도면 교부받을 수 있다”고 폭로했다. 심지어는 “몇몇 글자의 경우 출가자에게만 쓸 수 있음에도 ‘스님들처럼 멋있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고액을 내밀며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계명 시스템에 반대하는 측은 “일본의 계명 시스템은 옛날의 순수했던 신앙적 기원과는 멀어져, 사실상 금전적으로 풍족한 이들을 위한 겉치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계명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켜야한다는 측의 반론도 존재한다. 한 상조회사 관계자는 “계명의 구성이 어찌 되었든, 그 뜻은 고인이 극락왕생, 혹은 성불을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을 쉽게 무시해선 안된다”고 해명했다.

또 어느 스님은 “종종 계명이 아닌 생전의 실명이나 스스로 지은 아호 등을 계명으로 삼아 천도재를 지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 경우 전통적인 의례체계에 맞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으로 즉각적인 폐지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불교의 오랜 전통인 ‘계명’이 현대에 뜨거운 논제로 분분하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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