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7월 15일 불사연 세미나서

남북 민간교류를 주도해 온 불교계 대북활동이 남북관계 변화구도 속에 보다 발전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비전과 목적을 뚜렷하게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은 7월 15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개최한 ‘남북불교 교류 및 북한불교 지원 활성화 방안’ 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소장은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 국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불교 교류를 장구한 통일의 과정 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평화적 접근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현 가능하고 채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전술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문제는 단순히 남북간의 문제를 넘어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변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분단 이후 오늘날까지 통일이 남북간 중요한 민족적 과제로 간주됐음에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 소장은 “국내외 정세에서 다뤄지는 한반도 문제는 그동안 남북간 적용돼 온 기존의 대화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며 “불교계의 통일운동과 교류사업은 반드시 현실가능성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목표를 추구해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교계는 남북관계 개선의 단기적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 장기적인 방향이 분명히 설정된 가운데 각각의 상황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불교 교류에는 통일의 방식이나 통일 이후의 상황을 전제로 논의하기보다 관광과 학술, 예술 등 비정치적인 부분에서 보편적 교류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불교계 대북교류는 특정종단이나 단체, 인사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 즉 불자들을 위한 보편적 교류여야 하며, 사찰과 병원 등 대규모 불사보다 전국망을 통한 소규모 사업에 의한 의료복지 등 문화교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항시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교류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소장은 이어 미국 신학자 니부어의 발언을 인용해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바꿀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용기,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는 냉전의 마지막 고도로 남은 한반도에서 전개할 수 있는 올바른 교류의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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