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불인정 결정 통보 받은
라트나 재한줌머인연대 회장

재한줌머인연대 회장 라트나 차크마씨

“한국에서 줌머족 인권탄압을 반대하는 활동을 했기 때문에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저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위험해져요. 한국정부가 저를 외면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재한줌머인연대 회장 라트나 차크마씨<사진>는 최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난민 불인정 결정통지서를 받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산악지대 출신의 줌머족이다. 줌머족은 방글라데시 소수민족으로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방글라데시 내에서 숱한 인권탄압 및 박해로 고통받아 왔다. 이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난민들이 세계 각국에서 줌머족 인권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재한줌머인연대도 그 중 하나다. 줌머족이 탄압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불교를 믿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인이 대다수인 방글라데시에서 줌머족은 전통종교인 불교에 대한 신앙을 이어왔다. 상당수 난민들이 스리랑카와 태국, 한국 등 불교국가에 분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한줌머인연대는 불교를 믿는 줌머인모임이라는 점에서 한국 불교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지만, 그 본질은 정치조직이다. 본국 내 줌머족 인권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등의 정치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라트나 회장의 난민신청 탈락이 곧 신변 위협과도 직결되는 이유다.

본국 내 줌머족 인권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수차례 개최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불인정의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줌머인연대 측은 “재한줌머인연대 회장으로 활동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라트나 회장은 줌머인연대 회장 소임을 맡기 전부터 주한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인권탄압 중지’ ‘치타공산악지대 자치권 보장’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해 왔다. 2018년 회장직을 맡은 이후에는 줌머족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국제적 연대를 호소하는 집회도 수차례 개최했다.

라트나 회장이 치타공산악지대를 떠난 것은 불과 14세 무렵이다. 다른 줌머인들과 다른 점은  본국을 떠난 그가 스리랑카에서 출가한 뒤 스님 신분으로 태국 등지를 떠돌다 한국으로 왔다는 점이다. 그는 “처음 한국에 온 것이 2008년 무렵이었고 그때는 스님 신분이었다”며 “이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한달 가량 머물렀는데 집에 수시로 군인들이 찾아오는 등 심각한 감시와 위협을 겪은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한달이지만 그때 겪은 두려움과 공포는 잊혀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다시는 치타공산악지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정착을 위해 승복을 벗었다. 생계부터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재가자 신분으로 돌아가 천막기술과 용접을 배워 공장에서 일했다. 부모님과 여동생 등 가족이 있기에 본국의 줌머족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도 멈출 수 없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재한줌머인연대 소속으로 현지 줌머족의 위험상황과 사건사고, 정치지형의 변화 등을 체크하고 연구했다. 치타공산악지대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에 대한 인권보고서와 현지 언론보도를 검토하고 전세계 줌머난민과 이주자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했다. 줌머인연대 측이 라트나 회장의 귀국시 구속, 살해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다.

라트나 회장은 6월 23일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서를 접수했다. 동시에 그를 지키고자 하는 단체 및 개인들의 난민인정 탄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그가 속해 있는 재한 이주민법당 연합체인 다문화불교연합회도 6월 24일 평택 마하위하라사원(스리랑카, 주지 담마끼띠)에서 열린 회의에서 라트나 회장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하며 마음을 보탰다. 

라트나 회장은 “저를 위해 나서주신 각국 스님들은 물론, 한국 불자들과 전세계 줌머연대에 감사드린다”며 “부디 난민지위가 인정돼 제2의 고향 한국에서 줌머인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간절함을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줌머족은?

좀머족은 방글라데시 동남부에 위치한 치타공산악지대의 선주민으로, 11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방글라데시 영토이지만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뱅갈족과는 인종과 언어, 종교 등 모든 문화가 다르며, 특히 줌머족 대부분이 불교신자다. 방글라데시는 줌머족의 문화와 자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줌머족에 대한 살해, 폭행, 납치 등 박해를 자행하고 있으며, 이를 피해 전세계로 도피한 줌머족들을 중심으로 인권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투쟁이 진행 중이다. 김포에 터를 두고 있는 재한줌머인연대는 상당수가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98명) 및 난민신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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