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닦음의 길 13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홍보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텔레비전이나 SNS 등을 통한 여러 광고는 모두 고객이 물건을 사도록 유인하는 행위다. 물건의 품질만 믿고서 가만히 있으면 고객은 오지 않는다. 불교에서의 전법(傳法)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붓다의 가르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산속에만 머문다면 사람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중생들을 끌어당기는(攝)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섭법(四攝法)은 바로 중생들을 진리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이자 자기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섭법은 육바라밀, 사무량심(四無量心)과 함께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법이다. 사섭법의 맨 처음은 보시다. 무언가를 나누는 보시는 육바라밀에서도 첫 번째 실천 덕목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진심이 담긴 무언가를 나누는 일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여러 종교단체에서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시는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애어(愛語), 즉 사랑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말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개는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열 가지 악업(十惡) 가운데 말과 관련된 부분이 넷이나 차지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거짓말(妄語)과 아부하는 말(綺語), 이간 붙이는 말(兩舌), 험한 말(惡口)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악업에서 벗어나 바르고 정직한 말, 화합하고 부드러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화한 얼굴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말은 그 자체로 상대에게 신뢰감을 준다. 문수보살 게송처럼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 되는 것이다. 애어는 중생을 진리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중요한 덕목이다.

셋째는 이행(利行), 즉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다. 몸(身)과 말(口), 생각(意)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선행(善行)을 실천함으로써 그들을 진리의 세계로 이끄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왜 다른 이에게 이로운 행위를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타인은 나와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연기적으로 더불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선행을 베풀 수 있겠는가. 나와 ‘하나’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이행이 나오는 것이다. 이행뿐만 아니라 네 가지 실천 모두 그 바탕에 연기적 사유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넷째는 중생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을 깨침의 세계로 이끄는 동사(同事)다. 사찰에 가면 법당 벽면에 그려진 심우도(尋牛圖)를 많이 볼 수 있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을 10단계로 표현한 그림이다. 그래서 십우도(十牛圖), 또는 목우도(牧牛圖)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마지막 10번째는 다름 아닌 입전수수(入?垂手)다. 시장에 들어가 손을 내민다는 뜻이다. 산사에 고요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 가득한 중생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최고의 경지로 삼은 것이다. 한국불교의 대성(大聖)으로 추앙받는 원효는 고요한 산사에 안주한 것이 아니라 시끄러운 시장 속으로 들어가 술집 작부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거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을 불법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원효를 존경하는 이유다. 동사(同事)는 불교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실천이다.

이웃 종교에 비해 불교 신자들의 연령층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곧 젊은 층의 불자가 매우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을 법당으로 인도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同事) 고민이 무엇인지 나누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愛語)을 건네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일(利行)이 무엇인지 살펴서 정성껏 나누는(布施)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 이처럼 진심을 다해 다가갈 때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사섭법은 진심(眞心)이라는 무기로 중생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붓다의 길로 이끄는 적극적인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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