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풍경들] 13. 수미산 순례- 라싸서 시가까지
[길위의 풍경들] 13. 수미산 순례- 라싸서 시가까지
  • 진광 스님/ 조계종 교육부장
  • 승인 2020.07.1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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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시달레, 카일라스!”

영진 스님과 함께 한 수미산 순례
80여 명 스님 동행… 카일라스로
수미산으로 가는 길, 기대감 ‘만발’
조캉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라싸 포탈라궁의 모습.
조캉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라싸 포탈라궁의 모습.

카일라스 수미산이여! 그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에 담은 채 열망했던 순간이던가! 몇 번이고 라싸까지 가서 수미산으로의 순례를 시도하다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드디어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수미산 순례’를 만들어 80여 명의 스님들과 함께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례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사실 교육원장이었던 현응 스님께서 해인사 주지로 가시는 바람에 졸지에 교육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행자교육 회향식도 치러야 하고 보름간이나 자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에 함께한 것은 이번 기회가 내 삶과 수행에 있어 일대 전기가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중국 쓰촨성 청뚜(成都)를 경유해 티베트 장족자치주의 성도인 라싸(拉薩)로 향했다. 비행기 안의 창문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설산의 장관은 실로 장관이다. 일순간에 영혼마저 맑고 신비롭게 정화되는 듯하다. 라싸의 관문인 궁가공항에 도착하니 어느 외계의 혹성에 착륙한 듯이 몽환적이고 신비스런 느낌이다. 해발 3,600여m의 황량한 산하에 오색의 타르쵸만이 바람에 휘날린다.

버스로 티베트 최초의 사찰인 삼예사(桑耶寺)로 향했다. 알룽창포강을 따라가다 예전엔 배로 건너던 곳을 다리를 건너 버스로 내달린다. 길 양편에는 사막의 모래를 막는 돌무더기와 함께 군데군데 피어난 키 작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채 저마다 실존의 아우성을 내지른다.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시집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라고 외치는 듯 하다.

삼예사는 마치 지상에 만다라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티벳 최초의 스님이 수계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삼보를 이루고 티베트 불교의 새벽을 열었다. 또한 ‘삼예대논쟁’이 펼쳐진 곳으로도 유명하거니와 신라 정중무상의 선법이 바셰, 세르난으로 전해지면서 우리와도 무관치 않은 곳이다. 지난번 순례 때는 그것을 기리는 추모제를 가졌지만 이번엔 그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수미산까지 반드시 가야만 하기 때문에 분란을 피하고 간단한 입재식만 올렸다.

예전에 이미 참배한지라 회랑에 걸터앉아 일진 스님과 잠시 쉬고 있는데, 한족 관광객들이 위엔화로 우리에게 공양금을 올린다. 티베트인도 아닌 한족에게 공양을 받으며 불법의 영속성과 시주물의 지중함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신이 만든 나라에서 당신의 초상이 새겨진 지폐가 이렇듯 불사에 쓰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삼예사를 나와 라싸 시내로 향한다. 시내 입구에서 바라다 보이는 장엄한 포탈라궁의 위용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말없는 포탈라궁은 관세음인 듯 혹은 반야용선처럼 그날도 눈부시게 아름답기만 하다! 영원의 님을 만나는 것처럼 환희와 찬탄의 마음으로 “짜시달레!”라고 인사를 건네며 살포시 미소짓는다.

라싸에 들어가 조캉사원에 들러 문성공주가 가져온 12세 조오 석가모니 불상께 참배하였다. 이곳은 티베트 불교 최고의 성지로 모든 티베트인의 정신적 귀의처이자 순례의 최종 목적지 구실을 한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광장과 포탈라궁의 풍광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조캉사원 주위를 도는 빠코르 코라 순례객과 하루종일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의 신심과 원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근처에 라싸인이 사랑하는 ‘인민차관(人民茶館)’에 들러 수요우차나 텐차를 마시고 국수 한그릇 먹고 싶어진다. 아니면 6대 달라이라마가 사랑한 양치기 소녀를 기리는 ‘마지아미(麻姑阿米)’라는 카페에 들러보고 싶다. 아니 조캉사원 근처에서 경문을 파는 티베트 어머님을 찾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첫날부터 고산증으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스님들이 속출하여 응급대처에 정신이 없다.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환골탈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우주의 중심인 카일라스 성지를 순례하려면 이 정도는 참고 이겨내야만 한다. 다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정히 신심과 원력으로 기도하고 염원할 따름이다.

다음날 세계 최대의 승가대학인 드레풍사(哲蚌寺)와 티베트식 토론법인 변경(辨經)으로 유명한 세라사(色拉寺), 그리고 포탈라궁(布達拉宮)을 참배하였다. 드레풍사 공양간에서 얻어 먹은 차 한잔과 티베트 스님과의 차담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세라사의 마두명왕에게 아이를 데려와 건강과 행운을 비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에서 티베트의 미래와 희망을 본다.

시가체로 가는 길에 무슨 사이클 대회가 있어 암드록쵸 호수를 볼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할 수 없이 알룽창포 강을 따라 간체로 가서는 바이이쥐사(白居寺)와 십만불탑을 참배하고는 시가체로 향한다. 가는 길에 수박을 파는 행상을 만나 잠시 버스를 멈추고 한바탕 수박파티를 벌였다. 수박 한 덩어리에 모두들 행복한 표정들이다. 이곳 어느 고개에서 천축을 다녀오던 오진(悟眞)이란 신라 구법승이 길가에서 입적을 했다고 하니 추모의 정을 한 줄기 바람에 부친다.

티베트 제2의 도시인 시가체(西喀則)는 판첸라마가 주적하는 타쉴룬포 사원이 있는 곳이다. 지난번처럼 묘령의 종업원이 각 방을 두들기며 “할로우, 모닝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다. 어쩌면 그것은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에 대한 관세음보살님의 응현(應現)이 아니었을까? 무언가 마음속에 간절히 원하면 곧 이루어지는 법이다. 어젯밤 꿈속에 카일라스 수미산이 장엄히 자리한채, 불가해의 미소를 지으며 함께했듯이 말이다.

“짜시달레, 카일라스여!” 그대를 만나기 위해 우리가 한마음으로 당신 품에 달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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