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선의취득’ 조건 강화 필요

소유자 “장물 몰랐다” 버티기,
검찰 ‘악의취득’ 입증 어려움
증언 아닌 구매자료로 확인을
현 공소시효 기간 연장돼야

지난 2016년 사립박물관장 A씨에 의해 은닉했다가 발각돼 압류된 성보문화재들. 1심에서는 은닉죄를 인정했으나 몰수 선고를 내리지 않아 제자리에 가지 못하고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또한 A씨에게 반환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이 10월 25일 ‘몰수’ 명령을 내리고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이 이를 확정 판결하면서 은닉 성보들에 대한 환지본처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2006년 9월 25일 삼성문화재단은 “현등사 사리 및 사리구 일체를 사찰 측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조계종과의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반환이 성사돼 이제는 본래 자리로 돌아갔지만, 과정에는 지리한 법정 공방이 있었다. 

현등사는 앞선 2005년 8월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사리 및 사리구 일체가 도난당한 것이라며 반환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현재의 현등사와 구 현등사는 다르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가 패소 사유였다. 정작 문제가 된 ‘도난문화재 선의취득’에 대해서는 회피한 판결이라 불교계 안팎의 빈축을 샀다.

당시 현등사 사리구 반환소송에서 쟁점은 △도굴품 인정 여부 △선의취득 성립 여부 △사리구 표기 ‘현등사’와 현재 현등사의 동일 인정 여부였다. 도굴품 부분에 대해서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던 도굴꾼 서 모씨가 자신이 현등사 사리구를 훔친 장본인임을 증언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루지를 않았고, 선의취득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도난문화재 있어서 ‘선의취득’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의취득’은 민법 제249조에 명시된 것으로 장물인지 모르고 ‘선의로 과실 없이’ 구입했다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구제해주는 법조항이다. 하지만 도난문화재 문제로 넘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5~2006년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문화재단의 ‘현등사 사리구 소송’과 한국불교미술박물관(현재 폐관)의 ‘백양사 영산회상도’ 문제의 공통점은 모든 소유자가 ‘선의취득’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15년이 지금 지난 지금도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도 “은닉 행위자가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에는 몰수하지 않는다”고 선의취득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현재 법정에서 소유자가 도난문화재를 선의취득이 아닌 ‘악의취득’을 입증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래 전 이뤄진 절도 행위들이고, 여러 번에 걸쳐 소유자를 바꾸면서 선의취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공소시효다. 현재 문화재 절도 공소시효는 10년이 지나면 형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 일부 문화재매매업자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검거된 문화재매매업자의 사례가 그렇다. 그는 2001년 입수한 <삼국유사>권제2 기이편 1책을 15년 간 은닉하다가 빚을 갚기 위해 경매에 내놨다가 도난 문화재임이 확인돼 검거됐다. 

A씨의 경우 공소시효를 잘못 이해해 다행히 <삼국유사>가 돌아올 수 있었다. 문화재 절도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은닉죄는 숨긴 시점이 끝난 순간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취득 조항으로 인해 도난문화재임을 입증 못하면 범인은 잡아도 문화재는 환수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조계종을 오래 전부터 선의취득 개선과 공소시효 폐지·연장을 주장해왔다. 

조계종은 주장하는 법 개정 요지는 “문화재 유통 시 선의취득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은닉 행위자가 출처확인 및 취득 경위를 자료로써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공소시효를 현행 10년에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 등의 지정문화재, 가지정문화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폐지, 일반 동산문화재에 대해서는 25년으로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의 불교문화재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도난된 불교문화재다. 도난문화재가 선의취득이 아님을 피해자 측에서 입증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소유자에게 문화재 구매이력과 취득경위를 문서 자료로서 선의취득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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