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마 스님, 도쿄대 졸업 후
엘리트 법조인으로 활동해
출가후 사찰 법률상담 활약

자신이 저술한 사찰법무관련 서적을 들고 있는 혼마 히사오 스님. 사진출처=야후재팬뉴스

곤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스님과 변호사는 의외로 닮은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두 직업을 함께하고 있는 스님이 있어 화제다. 7월 5일 일본의 ‘야후재팬 뉴스’는 ‘변호사 스님’인 혼마 히사오 스님의 인터뷰를 특별 보도했다.

혼마 스님은 에도시대(17~18세기)부터 이어지는 일련종 사찰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스님은 “차남이기에 집안을 이어야한다는 제약이 없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경전이나 불교서적에 둘러싸여 자랐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자유롭지만 불교적인 요소가 가득한 성장배경은 스님의 진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스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를 생각했다. 사찰을 이을 예정이 없으니, 자신의 기반만으로 홀로 독립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고민 끝에 법조계를 선택했다.
다양한 진로 가운데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스님은 “의외로 사찰은 법률과 밀접한 거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가장 쉬운 예로 사찰의 경우 예로부터 토지를 여기저기 소유하고, 신도들에게 특별한 문서작성 없이 빌려준 경우가 많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에 대한 권리에 대한 분쟁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신도들의 신행상담 중에 법률적인 문제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잦다고 전했다. “변호사가 된다면 사찰이나 신도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거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스님은 회상했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몸을 피하는 사찰’이라는 말이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안전을 보장 받기 힘든 이들이 일종의 치외법권인 사찰에 문제해결을 위해 몸을 잠시 의탁하는 것을 이른다. 혼마 스님은 “이러한 말이 아직까지 사용된다는 것은 사찰이 지역의 문제와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의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며 사찰이 가진 법적인 기능도 설명했다.

혼마 스님은 법조계로 진로를 정한 후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게이오대 로스쿨이라는 엘리트 법조인 코스를 밟았다. 모두가 집중하는 로스쿨 재학 중 스님은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계기에 대해서 스님은 “큰 결심은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여름방학기간에 일정이 비는 때에 마침 수행도량이 열렸다”고 전했다.

스님은 “당시 제도로 단기간 집중코스와 같은 출가자 양성제도가 있었다. 약 40일간의 혹독하기 그지없는 수행과 교육을 마치고, 본산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면 승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너무나 혹독해서 몇 번이고 도주할 생각도 했지만, 치열한 정진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 해낼 수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무사히 승적을 얻고 복학한 후 사법고시도 한 번에 합격했다. 스님은 “로스쿨엔 다양한 출신의 인재들이 모이지만 사찰이나 불교계 출신은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스님은 현재 자신과 같이 승적을 가진 변호사, 혹은 교계출신의 법조인들과의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혼마 스님은 “불교학과 법학은 종교학과 사회과학이라는 꽤나 다른 학문의 분야이지만, 서로 보완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적인 시선만으론 대답할 수 없는 문제를 불교학으론 응답할 수 있다”면서, “불교는 메마른 현대사회를 다시금 윤택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활동을 위해 평소엔 머리를 기르고 양복을 입고 있는 스님이지만 “장래에는 불교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종교법인법 교육을 하고 싶다”며 미래의 포부를 밝혔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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