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종조 원적 1200년 기념
코로나19 사태에 등불도 반납

근본중당으로 ‘불멸의 법등’을 반납하는 기념법회준비위. 사진출처=히에이산 공식 페이스북

일본 천태종의 종조 사이쵸(最澄)대사의 원적 12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될 예정이었던 ‘불멸의 법등 전국행각’이 결국 무지한 연기됐다. 7월 3일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산케이 신문’등의 주요 언론들은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불멸의 법등’은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 히에이산(比叡山) 엔랴쿠지(延曆寺)의 본당인 근본중당(根本中堂)에 켜져 있는 등불의 별명이다. 이 등불은 799년 사이쵸 대사가 “미래의 부처님이 오실 때까지 불법의 등불이 밝게 이어지리라”라고 서원하며 점등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채 전해오고 있다.

엔랴쿠지는 오는 2021년, 사이쵸 대사의 원적 1200주년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불멸의 법등 전국행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불멸의 법등을 모시고 일본 전국에 소재한 약 2천 6백여개소의 천태종 사찰들을 행각하기 위해 지난 4월 2일 근본중당에서 등불을 나누는 ‘분등식(分燈式)’이 봉행됐다. 그러나 당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약 2달 가량 행각을 연기, 등불을 히에이산의 모처에서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2달이 지난 지금, 히에이산과 기념법회 준비위원회는 오랜 기간의 숙고 끝에 결국 행각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분등된 4개의 등불도 보관 중이던 곳에서 원래의 근본중당으로 반납됐다. 반납과 함께 전국행각은 내년 봄으로 잠정 연기됐다.

기념법회 준비위원회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전국의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되었다고는 하나, 코로나 19의 재유행 가능성이 있는 이상, 현 단계에서 행각을 개시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준비된 모든 일정을 재고할 예정이다. 상황의 추이를 봐서 가능하면 내년 봄에 일정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7월 1일, 히에이산 근본중당에서 봉행된 반등식(返燈式)은 준비위원회 임원들과 엔랴쿠지 대중스님들로만 간소하게 진행됐다. 일본 천태종 종무총장인 타다 도유 스님은 법요식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마음을 불멸의 법등으로 치유하기 위해 조속히 전국행각이 재개되길 바란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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