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얀마 승단 과거와 현재 2
사회참여 중심인 미얀마 승단
상좌부 불교 선입견과 달리
미얀마인의 삶에 구심점 돼
8888·샤프론 민주화 운동도
승단 전폭 지지로 시위 주도

샤프론 혁명은 스님들이 직접나서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지하는 시위
평화적 반정부 시위로 국제적 관심

2007년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불수령이 된 ‘샤프론 혁명’ 당시 모습. ‘샤프론’은 미얀마 스님의 가사색깔인 연황색을 의미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 만해 스님과 법정 스님의 글은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 자주 읽게 된다. 스님들을 공경하는 마음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만해 스님과 법정 스님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불교가 사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불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백성들과 함께 해왔지만 조선 시대가 되면서 많은 핍박을 받으면서 이전 시대보다는 백성들의 삶 속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두 스님의 공통점은 ‘문학’과 ‘사회참여’이다. 만해 스님은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큰 노력을 하셨다. 법정스님 또한 ‘무소유’라는 수필집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셨고 ‘맑고 향기롭게’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현대의 한국 사회 속에서 불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국 사회 속에서 스님들이 참여 불교 모습을 보이면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혹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이 ‘소승불교(小乘佛敎, 상좌부불교)’에서 자신의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것과는 차별된다는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미얀마에서 유학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가끔 나에게 “자신의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미얀마에서 대승의 정신을 많이 알리고 와라”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하신다. 사실 유학을 가기 전, 책으로만 접한 상좌부 불교에는 대해서는 나 또한 부끄럽게도 많은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유학하면서 미얀마 승단의 사회적인 역할을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나의 모든 잘못된 선입견은 한 장의 유리가 깨지듯이 산산조각나버렸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샤프론 혁명(Saffron Revolution)에서 스님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좌부 불교에 대한 선입견으로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미얀마에서 유학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느낀 미얀마 승단의 사회적인 역할을 통해 기존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이해되었다. 바간 시기부터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승단의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스승’이라는 역할이 미얀마 현대 시기에 맞춰 변화되었다.

8888 민주화운동 속 시민 의지처
 

“민주주의는 부처님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1988년 8월 8일 미얀마에서는 군부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8888 민주화 운동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미얀마 국민들의 대다수가 참여하게 되었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미얀마 승단의 참여로 군부정권의 정치적 위치는 아주 위태롭게 되었다. 미얀마 승단은 직접적인 비폭력 민주화 시위 참여뿐만 아니라 미얀마 사람들에게 법문을 통해서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었다.

군부정권은 대규모 시민들과 승단의 민주화 운동 참여에 대한 불안감으로 ‘민주화 운동=서구의 문명’이라는 명분을 통해 거부했다. 하지만 미얀마 승단과 미얀마 국민은 군부정권 논리는 맞지 않는다며, 미얀마 역사와 문화 자체에 담긴 ‘불법(佛法)’에는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요소가 담겨 있다고 반격했다. 미얀마 스님들은 법문을 통해 부처님 법에 담긴 민주주의 요소에 대한 점을 미얀마 국민에게 설명해주었고, 국민은 미얀마 승단으로부터 민주화 운동이 단순히 서구의 문명에서 유입된 것이 아님을 알고 정신적인 인정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인생의 스승’인 미얀마 승단에 인정을 사회적으로 받지 못한다는 것은 미얀마 국민 중 일부인 군부정권에도 엄청난 사회적·정서적인 치명타를 받게 되었다. 8888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지 2년 뒤인 1990년도 8월 8일에 미얀마 승단을 더욱 화나게 한 일이 발생했다. 만달레이 스님들이 탁발하기 위해 수천 명이 줄지어 가고 있었고 그 뒤에 민주화 운동 2주년을 기념하는 학생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군인들은 2년 전과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까 두려워 학생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학생들을 겨눈 총구에 탁발을 하던 약 11명의 스님이 맞았고, 14명의 스님들은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군부정권은 스님들이 총에 맞고 구타당한 것을 언론을 통해 전면 부정했다. 하지만 ‘만달레이 승단 총격사건’의 은폐는 미얀마 승단의 직접적인 군부정권 반대 시위를 일으키는 촉진제가 되었다. 1990년 8월 27일 약 7000명의 스님이 모여 ‘미얀마 군부정권과 그들의 가족에게 시주를 받는 일과 불교 의식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견해를 밝힌 직후부터 군부정권과 교류하는 스님은 사실상 파문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미얀마 승단의 군부정권에 대한 ‘선언’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 세력에 큰 힘이 되었다.

2007년 ‘샤프론 혁명’ 중심도 승단

8888 민주화 운동에서 미얀마 승단은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미얀마 국민의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2007년 샤프론 혁명(Saffron Revolution)을 통해 미얀마 승단은 ‘군부정권’을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시위의 중심이 되었다. 이 혁명에서 ‘샤프론’은 미얀마 스님들의 가사(袈裟) 색깔인 연황색을 뜻한다. 샤프론 혁명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2007년 8월 15일에 군부정권이 예고 없이 연료 가격을 최대 500% 올렸다. 8888 민주화 운동의 중심축이었던 88세대 민주화운동 그룹이 연료 가격 상승에 대해 군부정권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군부정권은 곧 잔혹하게 민주화 운동가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2007년 8월 말 미얀마 승단이 주축이 되어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수 만명의 승단이 시위를 주도했다. 승단이 중심이 된 이 시위에는 미얀마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미얀마 승단의 평화적인 반정부시위를 막기 위해 군부정권은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스승인 스님들에게 최루탄을 던질 정도로 그들은 다급해졌다. 스님들은 폭력사태에 대한 사과와 억류된 모든 시위대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석방 그리고 연료가격 인상으로 악화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군부정권에 요구했다.
많은 해외 언론들은 미얀마 승단의 움직임에 ‘샤프론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대서특필하여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샤프론 혁명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뒤 기념행사에서 스님들은 군부정권과 미얀마 국민들과 미얀마를 위해 자비경(Mett Sutta)을 독송했다. 미얀마가 민주화를 어려운 과정에서 이룰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미얀마 승단의 간절한 염원이 존재해서 가능했다.

코로나 19가 발생한 현재에도 미얀마 승단은 미얀마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얀마의 고승 중 한 분인 시따구(Sitagu) 큰 스님은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약 500여 명의 미얀마 스님, 재가자들을 위해 비행편을 준비하고 사가잉에 위치한 시따구 불법학교에 자가격리시설을 마련하여 21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님들의 경우에는 자신 소유의 돈이 없기 때문에 돌아갈 때 500불 상당의 거마비(車馬費)까지 챙겨주고 있다.

미얀마 승단은 과거의 찬란했던 바간 시대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까지도 미얀마 사람들의 삶 속에서 든든한 스승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폭력적인 군부정권에게조차도 숫타니파타의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든 살아 있는 것에 자비심을 내라”는 구절처럼 행했다. 타인에게 자비인 완전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평화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자비의 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행이 필요하다. 수행을 통해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진다면 평화를 위한 가치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상좌부 불교가 자신의 깨달음만을 위해 수행하는 불교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미얀마 승단의 행(行)을 통해 변화되길 바란다.  상좌부 불교와 대승불교의 궁극적인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불이사상(不二思想)이 떠오른다.

2007년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불수령이 된 ‘샤프론 혁명’ 당시 모습. ‘샤프론’은 미얀마 스님의 가사색깔인 연황색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에 검진받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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