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숙원과제인 승려복지
1년간 준비 끝에 2011년 시행
종단이 스님 노후·병고 책임
승보공양은 확고한 운영 토대
7월1일 본인 부담금제도 시행
분한신고시 스님 90% 신청해
“종단 향한 신뢰에 부응할 것”

승려복지제도 시행 10년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은 “승려복지제도는 우리 종단스님들이 수행자의 본분사인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2011년 10월 1일 승려복지제도가 시행된 후, 햇수로 꼭 10년을 맞았다. 승려복지는 조계종의 오랜 숙원과제로 거론돼 왔지만 재정과 인력, 제도 등 여러 이유로 현실화는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2010년, 마침내 조계종 33대 집행부는 승가복지TF팀을 꾸려 승려복지제도 마련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승려복지법을, 8월에 시행령을 제정·공포했다.

승려복지제도는 종단이 직접 스님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가운데, 병고 등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기도와 포교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었다. 이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승려복지제도는 첫 시행 이후 10년간 조계종의 현실에 맞게 조금씩 변화해 왔다. 애초 65세 이상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정했던 복지제도는 2015년 전면개정을 통해 구족계를 수지한 모든 스님들로 확대됐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국가제도의 틀 속에서 보편적 승가복지를 구현할 토대를 구축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일궈냈다. 병고에 고통 받는 스님들을 위한 의료비·치료비 지원은 노인장기요양과 관련한 제도적 지원 및 요양비 지원까지 점점 그 범위가 확대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나아가 7월 1일 새롭게 시행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는 종단 소속 스님들의 신뢰를 토대로, 보다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승려복지제도 시행 10년, 승가 미래를 위해 또 다른 토대를 준비하는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 의미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1문 1답.

▲지난 10년간 승려복지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가장 큰 성과와 소회를 밝힌다면.
“우리 종단에 소속된 스님들이 조계종도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승려복지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성과다. 2020년 상반기 현재 2400여 명의 스님들이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입원진료비·요양비는 지난해 기준 416명 스님에게 707건, 총지원금액만 1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이 쌓이면서 종단을 향한 스님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승려복지제도를 추진하신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제도의 기틀을 확고히 세우고 확대하신 총무원장 원행 스님, 동참하고 지지해 주신 교구본사 주지 스님과 종회의원 스님들, 10년간 지속적으로 실무에 힘써온 종무원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종단 스님들의 승려복지제도에 대한 인식 혹은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전체 스님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해본 바가 없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승려복지 지원을 받는 스님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된다. 종도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주변스님들께 종단의 지원 제도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에는 종단에 분한신고한 스님 가운데 90% 이상이 동참, 신청서를 작성했다. 승려복지제도를 향한 종단 스님들의 두터운 신뢰에 재차 감사드리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2017년부터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을 시작했다. 국가제도를 활용해 종단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스님들의 노후를 사회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의 의미와 해결과제는.
“우리 스님들이 국민연금 기금 고갈 등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율이 18% 수준으로 타종교에 비해 매우 낮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하고 만 65세 이후 평생 동안 지급될 뿐 아니라, 월 수령액은 매년 전년도 소비자 물가변동률을 반영하여 조정 지급되는 매우 좋은 제도다. 승려복지회는 국민연금공단과 협의를 통해 스님들은 일반인들보다 보험료를 낮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 국민연금 가입이 가능한 스님 중 약 40%가 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현재의 시스템은 스님들이 개별적으로 지역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종단에 지원을 신청을 하는 방식이어서,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공단과 정책적인 협의를 거쳐 종단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특례가입사업장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2018년 법개정 통해 입원진료비, 요양비 등 지원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우선 입원진료비 지원이 크게 늘었다. 동국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일산, 경주, 분당)에서 입원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상급병실료를 제외한 병원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의 경우 외래진료비(본인부담금)도 지원한다. 시설에 입소한 경우에만 지원했던 노인장기요양급여비도 재가요양까지 확대했고, 만 65세 이상 임플란트·틀니 치료시 본인부담금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예방의료서비스의 일환으로 정밀건강검진비와 예방접종비 지원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등 보다 많은 스님들께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월1일부터 실시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의 골자와 의미는.
“본인기본부담금 제도의 골자는 구족계를 수지한 모든 스님들께 월 1만원(구족계 수지 5년 이하는 월 5천원)의 부담금을 수납해 승려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승려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종도로서 소속감을 고취하고 승려복지제도에 대한 참여의식을 높이고자 한다. 스스로 참여함으로써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여러 가지 우려 속에서 기본분담금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해 현실화를 이끌어 주신 종회의장 범해 스님과 여러 종회의원 스님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승려노후복지에서 교구본사의 역할은 어느 정도인가. 또 교구별 편차가 큰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대상스님에게 복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교구본사다. 승려복지 체계가 탄탄한 화엄사와 용주사, 신흥사 등 교구본사별 모범사례를 발굴해 타교구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종단 차원에서는 교구별 편차해소를 위해 교구승려복지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승보공양은 승려복지제도의 굳건한 기반이다. 현재 후원자 수는 몇 명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나.
“승보공양 후원자는 약 5000여 명 정도로, 연간 약 5억여원 정도가 승려복지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탈종교화 시대를 맞아 불자와 출가자 모두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승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면면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승가복지다.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승가공동체, 진정한 사부공동체가 구현될 필요가 있다. 승보공양은 승단을 외호하는 또 하나의 불사이다. 승재가 모두의 자발적인 후원이 많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안정적인 승려복지기금을 만들어 나가는 토대가 된다. 스님들이 직접 나서 1인 1불사를 권선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싶다. 만 명이 모이면 그 자체로 제도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승보공양 후원에 많은 불자님들의 동참을 당부 드린다.”

▲저출가·고령출가 현상으로 만65세 이상 스님 비율이 2024년에는 36%, 2034년에는 5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언젠가는 닥쳐올 종단 초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복지 및 의료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종단에서 설립하여 운영하는 불교요양병원과 요양원을 통해 노환이나 병고로 사찰 내에서 돌봄이 어려운 스님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 사회보다 더 급속도로 진행되는 스님들의 초고령화를 대비해 노환이나 병고로 사찰 내에서 돌봄이 어려운 스님들이 임종까지 승가의 위의를 지킬 수 있도록 종단 차원의 안정적인 돌봄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또 불자들의 고령화에 대비한 불교전문요양병원, 요양원의 건립도 절실하다. 백만원력결집불사의 일환으로 스님과 불자들을 위한 전문요양병원 건립이 추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승려복지회의 향후 운영계획과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승려복지회의 확고한 목적은 종단 모든 스님들이 병고나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승가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때문에 승려복지의 안착은 곧 승속이 함께 서로 도움을 주는 가운데 나를 바꾸고 승단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불사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사부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승려복지는 순항하기 어렵다. 스님들이 주인이고 우리 불자님들도 함께 해야 하는 불사이기 때문이다.
승려복지회는 교구본사 울타리 안에 있는 비구스님은 물론,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비구니스님들도 종단에 의탁해 여생을 회향하시도록 더 세심히 살피겠다. 출가수행자로서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도록 종단이 더 노력하겠다.”

진행=김주일 편집국장 kimji4217@hyunbul.com
정리=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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