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결혼식 봉행한 사이묘지
“편견·차별 극복 위한 방안”
‘소수자’도 평등한 사회일원
스님들 퀴어퍼레이드 참여도

성소수자를 위한 결혼식을 봉행하는 묘칸스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가사를 수했다. 사진출처=포브스재팬

일본의 한 사찰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불교결혼식을 봉행하기로 해 화제다. 지난 6월 24일, 일본의 ‘포브스 재팬’은 성소수자들과 함께하기로 한 사찰 ‘사이묘지(最明寺)’에 대해 특별 보도했다.

사이타마현 카와고에(川越)시에 소재한 사이묘지(最明寺)는 13세기에 건립된 천태종의 고찰이다. 사찰과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회를 열고 있는 사이묘지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중들에게 불교와 사찰의 문호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요리법으로 조리한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사이묘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 식료품을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한 1일 나눔행사 등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사이묘지는 “차별 없는 평등함,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6월부터 성소수자를 위한 결혼식을 해당 사찰에서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묘지의 부주지 치다 묘칸 스님은 “인도에서 1년간 수행했던 경험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체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스님은 “인도에서 머물렀던 사찰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것을 보았다. 거기에 더해 불교 승려인 나는 인도에서 ‘소수자’중 한 명이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존중하며 화합을 이루는 모습에 큰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묘칸 스님은 이러한 다양성의 화합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꼽았다. 인도에서 귀국한 후 종파를 막론하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교육과 세미나, 행사가 열리면 빠짐없이 참석했다. 더불어 사이묘지가 소재한 카와고에시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를 모토로 한 행사와 정책들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카와고에시에서 열린 첫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스님은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전엔 소수자들이 배타적이라는 편견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차별없이 서로 존중하며 교류했다”며 회상했다. 스님은 이 퍼레이드에 참여한 것이 이번 결혼식 봉행의 첫 걸음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카와고에시에서 동성부부를 인정하는 ‘파트너쉽 선서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즈음하여 퀴어퍼레이드에서 인연이 된 한 참가자로부터 “사이묘지에서 성소수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나 좌선회와 같은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스님은 전통사찰로서 성적소수자들에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소수자들의 불교결혼식을 생각해냈다. 불교결혼식에선 결혼반지대신 결혼염주를 사용한다.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색 염주도 개발했디.

묘칸 스님은 “동성결혼이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찰에서 결혼식이 가능하다’라는 점을 먼저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성커플뿐만 아니라 이성커플간의 결혼식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불교는 원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포용의 종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불교국가이나 최근 불전 결혼식이 줄어들고 있다. 사이묘지가 추억의 장소로서 누구나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사찰이 되길 바란다”며 사이묘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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