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진천 종박물관·루쉰博 등
세계 36곳 박물관 스토리
다양한 인물과 역사 소개
“박물관 개념·역할 변화”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 김정학 지음 / 곰곰나루 펴냄 / 2만원

 

지난 일들을 모아 놓은 곳, 박물관. 그런 과거를 증명하는 공간인 ‘박물관’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과거’뿐일까. 책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에서 박물관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새로워진다.

“박물관이 지나간 과거를 모두 증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작은 전시장 속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거니는 동안, ‘과거 없이는 우리는 미래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는 그들의 울림에 나는 무릎을 쳤다.”

책은 현재 대구교육박물관 김정학 관장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한국ㆍ일본ㆍ미국ㆍ캐나다ㆍ호주의 박물관 36곳에서 느낀 것들을 모은 것으로, 현직 박물관장의 ‘박물관 바라보기’이다. 작은 디자인은 구체적인 설명과 안내 형식의 박물관 답사기이지만 큰 디자인은 김정학의 박물관 스토리텔링이다. 곳곳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쳤던’ 순간들을 적고 있다. 또한 김 관장은 그렇게 세계 각지의 박물관 현장에서 무릎을 치며 얻은 생각들로 우리 박물관의 새로운 모습을 모색한다. 그 모색의 텍스트이기도 한 책은 단지 박물관을 생각하는 텍스트를 넘어선다. 박물관 안에서 박물관 밖을 본다. 곳곳의 박물관이 소장한 ‘과거’들과 나란히 걸으며 박물관 밖으로 나온다. 다양한 과거의 인물과 역사들,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깊이와 의미들을 꼼꼼하게 읽어준다.

책은 세계의 박물관이 ‘눈으로 보는(Eye On) 박물관’에서 ‘체험하는(Hands On) 박물관’으로, ‘이해하는(Minds On) 박물관’에서 ‘느끼는(Feels On) 박물관’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 현재는 그 중에서 ‘마인즈 온’ 박물관이 대세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리고 이를 국내 박물관의 현장과 연계해 비교하면서 현실적 운영 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박물관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고 즐기는 제3의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세계 36곳 박물관을 18개 주제로 나누고 두 개의 박물관을 서로 비교해가며 관람할 수 있게 한 집필 방법도 신선하다. 사진가 김선국이 동행하며 촬영한 사진도 현장 분위기를 실감나게 한다.

책이 소개하고 있는 36곳의 박물관 중에는 지역이나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도 있고, 전쟁이나 학살, 갈등, 교육, 종교, 민속 또는 삶과 죽음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각각 대표하는 박물관도 있다. 오프라인 박물관은 물론이고 온라인 박물관이나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욱 교감을 많이 하는 박물관, 특정 장소에 제한되지 않고 이동하는 이색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박물관을 소개한다.

18개의 각 주제마다에는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수오당의 관계, 정약용과 지석영이 쓴 어학교재, 청도 운문사의 새벽종송 소리, 추사 글씨의 다양한 흔적 등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 관장은 박물관을 열심히 보러 다니다 교육박물관에 생각의 높이를 맞추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을 위한 박물관이라면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교육’이냐 ‘학습’이냐를 고민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다르게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닿았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체험학습도 ‘핸즈 온(Hands On)’을 넘어 ‘마인즈 온(Minds On)’으로 향하는 시대다. 고고학(考古學)보다는 고현학(考現學)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대다. 말하자면 박물관에 대한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분야사 연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통섭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현장도 마땅히 그곳의 박물관이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역사를 통해 존재감을 깨닫고 책임감을 드러내며 정의감을 키우는 공간 또한 박물관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 책으로 소개하는 36곳 박물관들은 만든 이의 의지와 지키는 이의 생각과 찾는 이의 마음이 하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쳤던 곳이라 꼭 한번 방문을 권한다. ‘온고지신’, ‘법고창신’, ‘구본신참’이란 막연한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 ‘신(新)’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 관장은 박물관의 개념과 사회적 역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의 박물관들에게도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며,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눈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학 관장은 1959년 출생으로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등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로 일했고,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총감독, 국악방송 한류정보센터장,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관장 등을 지냈다. 현재 대구교육박물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고판화박물관 소장 티벳 목판화 나한도 인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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