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사대(四大)

“여러분, 그대들은 꿈과 허깨비 같은 몸뚱이를 잘못 알지 말아야 한다. 더디거나 늦거나 간에 무상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니라.

그대들은 이 세계 가운데 무엇을 찾아 해탈하려 하는가? 그저 밥 한 숟가락 찾아 먹고 누더기 꿰매 입고 시간 보내기보다는 우선 선지식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라. 엄벙덤벙하면서 쾌락을 쫓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아껴야 하느니라. 생각 생각이 덧없어 거칠게는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이 덧없고, 미세하게는 생(生)ㆍ주(住)ㆍ이(異)ㆍ멸(滅)의 네 가지 모습이 핍박해 오고 있는 것이니라.

여러분,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ㆍ수ㆍ화ㆍ풍의 네 가지 모양 없는 경계를 깨달아 알아서 그 경계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라.”

사대(四大) 육신의 몸을 ‘몽환반자(夢幻伴子)’라 하여 이 몸이 꿈과 허깨비 같아 조만간에 무상으로 돌아간다고 하면서 몸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라고 하였다. 말하자면 꿈속에서 또 꿈을 꾸지 말라는 말이다. 서산대사의 삼몽사(三夢飼)를 생각하게 한다.

主人夢說客 주인을 꿈을 손님에게 말하고

客夢說主人 손님은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今說二夢客 지금 꿈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나그네여

亦是夢中人 꿈속의 사람이 꿈 이야기 하는구나

금강산을 내려와 길을 가던 서산대사가 도중에 있는 어느 주막집 바깥 마루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주막 안에서 주인과 손님이 서로 자신이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상대에게 들려주는 것을 엿듣고 지은 즉흥시이다.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면 꿈은 깨고 볼 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임제는 허망한 육신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하였다. 그리고 무상(無常)을 말하며 시간을 아껴 정진할 것을 대중에게 주문하였다. 무상에도 찰나무상과 일기무상이 있다. 지ㆍ수ㆍ화ㆍ풍 4대를 말한 것은 일기무상에 속하고 생ㆍ주ㆍ이ㆍ멸 4상은 찰나무상에 속한다. 또 무상은 식심생멸(識心生滅)의 경계이다. 상(相)이 없는 공(空)을 깨달으면 무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구마라습의 수제자였던 승조(僧肇) 법사는 벼슬을 맡아 달라는 왕명을 거역했다가 31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유명한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四大元無主   사대는 원래 주인이 없고
五蘊本來空   오온은 본래 공한 것일 뿐
將頭臨白刃   칼날이 내 머리 내리치겠지만
恰似斬春風   봄바람을 베는 것과 같으리라.

사대와 오온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다. 내 몸뚱이가 주인이 없는 물건이라는 말이다. 마음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도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란 말이다. ‘칼날이 내 목을 내리쳐도 봄바람을 베는 것에 불과하리라’고 한 이 말에서 생사를 초월한 공의 달인임이 느껴진다.

승조는 묘공(妙空)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것은 상대적 공이 아니라 절대적인 공이라고 주장하여 유(有)를 포함한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이치를 천명한 내용이다. 이렇게 공에 대하여 철저한 이론을 내세운 그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수보리처럼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 불리었다.

〈반야심경〉에서도 ‘오온개공(五蘊皆空)’을 설하여 일체의 상(相)을 부수고 있다. ‘사대가 공하고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깨달음을 향하는 불교 수행의 중요한 관문이다. 공(空)을 통달해야 반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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