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공성상(空性相) 선교삼종(禪敎三宗)

종밀(宗密ㆍ780년~841년)은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에서 교선일치(敎禪一致)를 제창하였다. 곧 수많은 선종(禪宗)의 갈래를 공ㆍ성ㆍ상(空ㆍ性ㆍ相)의 삼종(三宗)으로 통합분류하고, 교종(敎宗) 또한 공ㆍ성ㆍ상의 삼교(三敎)로 분류한 후, 선삼종(禪三宗)을 교삼종[敎三宗. 곧 삼교(三敎)] 경론에 의거해 회통한 것이다.

달마대사가 동토에 선종을 전파한 이후, 중국에서 선종이 급속히 발전하였다. 당나라 때 황실과 귀족의 비호를 받으며 번창하던 교종이 점차 쇠퇴하고, 자급자족을 추구하며 지방 신흥관료의 지지를 받던 선종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이에 선종에 수많은 종파가 생기고, 각 종파 간에 자기가 전수 받은 종지(宗旨)만을 국집(局執)하고, 다른 종파를 폄훼하는 사상적 대립이 난무하였다.

종밀은 “일체중생의 본각진성(本覺眞性), 곧 불성(佛性), 심지(心地)가 선의 근원[禪源]이며, 이를 깨닫는 것이 혜(慧)이고, 이를 닦는 것이 정(定)이어서 정혜를 통칭해서 선(禪)이라 한다”고 하였다. 참성품[眞性]이 선의 바탕[體]이며 참성품이 미혹되어 번뇌를 따르면 산란하다고 하며, 번뇌를 떠나 참성품에 합일하면 선정(禪定)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성(本性)을 직접 논하면 참[眞]도 망녕된 것[妄]도 아니고, 등지거나[背] 합일할 것[合]도 없고, 선정도 산란도 아니니, 선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성품[眞性]은 선의 근원뿐 아니라, 만법의 근원인 법성(法性)이고, 중생 미오(迷悟)의 근원인 여래장(如來藏)이고, 모든 공덕의 근원인 불성(佛性)이고 보살만행의 근원인 심지(心地)이다.

“지극한 도는 귀일(歸一)하니 참뜻은 둘이 아니므로, 마땅히 둘로 나뉠 수 없다. 지극한 도는 (양)변(邊)이 아니고, 궁극의 뜻[了義]은 치우치지 않으니, 한 쪽만을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를 하나로 회통시켜 모든 가르침이 원만해 막힘이 없어야 한다.” [至道歸一精義無二。不應兩存。至道非邊了義不偏。不應單取。故必須會之爲一令皆圓妙。]

〈禪源諸詮集都序 T2015_.48.0400c13-15〉

선종의 각 분파가 선의 근원에서는 같은 것이나, 사람의 집착[我執ㆍ法執]이 개입되어 서로 어렵게 다투니 나를 버리고 법에 따를 일이다.

“법을 사람에 따르게 하는 까닭에 어려운 것이요, 사람을 법에 따르게 하면 쉬운 것이다.”

[謂以法就人?難。以人就法?易。]

〈禪源諸詮集都序 T2015_.48.0400c18〉

선삼종(禪三宗)은 다음과 같다. 불성을 덮고 있는 무명[망념]을 수행으로 소멸하는, 식망수심종[息妄修心宗. 상종(相宗)]은 신수의 북종 등이 있다, 본래 공적하여 의지할 어떠한 것도 없다는 가르침인 민절무기종[泯絶無寄宗ㆍ공종(空宗)]은 혜능의 남종 등이 있다. 제법(諸法)이 바로 진성의 표현이나 진성은 무위로서 그 체(體)가 곧 제법은 아니어서 범성(凡聖), 인과(因果) 선악(善惡)도 아니나, 제법을 만들어낸다는 가르침인 직현심성종[直顯心性宗ㆍ성종(性宗)]은 홍주종과 하택종 등이 있다.

교삼종(敎三宗)의 밀의의성설상교[密意依性說相敎ㆍ상종]는 법상종이 있고, 밀의파상현성교[密意破相顯性敎ㆍ공종]는 삼론종이 있고, 현시진심즉성교[顯示眞心卽性敎ㆍ성종]는 〈화엄경〉, 〈열반경〉 등의 예가 있다.

“요점을 들어 말하자면, 국집(局執)하면 바로 모두가 그릇되고, 회통하면 바로 모두 옳으니, 만약 붓다의 말씀으로 각기 그 뜻을 나타내고 각자의 장점을 받아들여, (선종을) 삼종(三宗)으로 통합하여 (붓다의 가르침에 의거한) 삼교(三敎)에 배대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들을 회통시켜 일대 선교방편을 삼아 요긴하고 묘한 법문을 함께 이루어, 각자의 정실(情實)을 버리고 함께 지혜의 바다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오직 붓다의 설(說)한 바만이 곧 다르면서 같기 때문에, 불경을 기준으로 해서 셋을 회통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禪源諸詮集都序 T2015_.48.0400c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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