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

 

비는 사람이다

춤추는 사람이다

 

온갖 목숨들을 위해 내 마음을 비우는 사람이다

텅 빈 마음으로 세상 잘되라고 춤추는 사람이다

 

하늘 닮은 옷을 입어 하늘을 감동시키고

땅 만큼 넓은 옷으로 땅을 울리지만

중생 향한 간절함에 나는 끝내 없는 사람이다.

 

 

깔박다시, 알타이공화국

러시아, 알타이공화국 깔박다시에는 중요한 암각화가 많다. 특히, 샤먼(제사장)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샤먼을 나타내는 그림이 많기도 하지만, 크기도 크고, 독특한 그림도 몇 점 있다. 더군다나, 20여명의 제사장이 한 장소에 등장하는 곳은 아마, 전 세계에서 여기가 유일할 것이다. 대개의 샤먼은 사람들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해, 두 팔 벌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샤먼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샤먼들을 보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샤먼은 화려한 복장의 옷을 입고, 대개는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분위기가 절정에 오르면 매우 격렬하게 춤을 추기도 하고, 독특한 소리를 지르거나, 하늘의 소리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샤먼이 자신의 생각을 비워내지 못하면, 진실을 전달하지 못한다. 중생을 위해 자신의 모든 사념(私念)을 다 내려놓고, 오직 하늘을 의지하는 마음과 중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해야만, 진실의 목소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치렁치렁 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샤먼의 머리는 있는 듯, 없는 듯, 소략하게 그렸다. 하늘을 향하고, 중생을 향한 깊은 뜻으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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