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주현

이내 육신 나기전에 그 무엇이 내몸이며 
이세상에 태어난뒤 내가 과연 누구런가

장성하여 사람노릇 잠깐동안 나라지만 
두 눈 한 번 감은 뒤엔 나는 또한 누구런가

올적엔 기쁘다고 갈적엔 슬프다고 속절없이 
인간에와 한바퀴를 돌다가네

애시당초 오잖으면 갈 일마저 없는 것을 
기쁜 마음 없는데야 슬픔인들 있을손가

요즘은 순치황제 출가시를 염불하는 일이 잦았다. 이번 달엔 서너 번 장례식장의 입관을 보게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모두 예상하지 못한 임종을 맞이했기에 그 가족들과 지인들의 회한은 깊었다. 입관을 하며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는 장소에서 울고있는 그들에게 이 염불을 통해 인생의 무상을 전달하고 싶었다.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서 하직인사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용서하세요. 잘 가세요”라는 인사가 전부이다. 평소에도 하는 말이건만 이 인사가 하직인사일 때는 아주 진한 회한의 무게감을 갖게 된다.

한 보살님이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달려왔다. 밥을 한 냄비 짓는 꿈이었는데 제사밥이 연상되면서 그것이 꼭 투병 중에 계신 어머니의 임종을 알려주는 예지몽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보살님은 근래에 남편을 갑자기 떠나보내고 49재 중이었기에 더욱 예민했고 불안해 하였다.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임종은 후회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난 뒤라 더욱 회한이 남았다. 납골당에 모셨는데 남편에게 미리 물어보지 않은 것도 걸리고,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못한 것도 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도 마음 아프다며 목놓아 우는 보살님의 손을 잡고 함께 머물렀다. 보살님은 남편에게 그 때 하지 못한 하직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한 거사님은 사회 초년생일 때 회사의 대표이자 존경했던 인생 선배의 부고를 늦게 듣고 납골당을 찾아 뒤늦은 하직인사를 한 뒤 절을 찾았다. 고인의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진행한 후에야 지인들에게 부고의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암투병 소식을 들었으면서도 전화만 드렸을 뿐 한 번 찾아뵙지 못한 것이 너무 죄스럽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가하면 아직은 하직인사조차 할 수 없는 가족들도 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오빠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심정인 가족들은 그냥 말없는 말로써 인사를 전한다. 일주일마다 재를 지내며 나는 그들을 대신하여 하직인사를 전한다.  

슬픔이 터질까봐 참고 있는 가족들의 애씀을 뒤로하고 영가를 향해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면 사진 속 영가는 비로소 미소로써 화답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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