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소장처 LA카운티박물관측,
조계종과 반환 양해각서 체결
한국전쟁 이후 해외반출 추정
종단 환수 사례 중 최대규모
올 7월 중 한국 반환 예정

신흥사 '영산회상도'

한국전쟁 직후 사라졌다가 미국의 박물관에서 발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원소장처인 신흥사로 돌아온다. 이를 소장하고 있던 LA카운티박물관과 조계종이 성보반환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문화교류에 대한 상호협의를 도출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혼란했던 한국전쟁 전후시기 해외로 반출된 성보가 종단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각계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과 현 소장처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선의가 더해져 환지본처에 성공한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과 LA카운티박물관(관장 Michael Govan, 이하 LACMA)는 6월 16일 LACMA측이 소장 중인 신흥사 성보에 대한 반환을 포함해, 양 기관의 우호협력 및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1954년 신흥사를 떠나 해외로 반출됐던 신흥사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이 66년만에 원소장처인 사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국외문화재 환수 형태 중에서도 우수사례로 꼽힌다. 성보 환수를 위한 종단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에 ‘문화재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공감한 LACMA측의 결단이 더해져 맺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보 환수를 계기로 향후 지속적인 우호협력을 약속함으로써 보다 공고한 문화교류의 토대를 구축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종단과 LACMA는 지난 2015년부터 불교문화재 반환을 위한 다양한 조사·연구를 비롯해 양 기관의 교류·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2017년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반환이 이뤄졌으며,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2020년인 올해에는 LACMA측이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선의로 종단에 이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신흥사 '영산회상도' 복원 전 모습.

특히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해외반출 문화재 중에서도 유독 수난을 겪었다. 한국전쟁 직후 여섯 조각으로 나뉘어져 미국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이 찍은 사진기록을 통해 1954년 5월까지 신흥사에 봉안돼 있었으나 1954년 10월 경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54년 5~10월 경 미군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됐다는 가설이 합리적 추론으로 인정되는 이유다.

여섯조각으로 찢겨지고 훼손된 ‘영산회상도’는 개인이 보관하다 1998년 LACMA가 구입했고, 박물관 측이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2010년 진행된 ‘영산회산도’ 복원에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했다. 국내 보존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교수가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와 함께 보수를 진행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 조계종 문화부는 “LACMA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보존 노력이 아니었으면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측은 해외반출문화재 환수 사례 중에서도 모범적인 형태인 이번 반환이 한국과 미국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2020년 7월 중에 불화를 한국으로 반환하고, 8월에 환수 고불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신흥사 '시왕도'

조계종 문화부는 “이번 신흥사 불화의 반환은 종단의 환수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이자 성보문화재 환수를 위한 종단의 다양한 노력이 이룬 성과”라며 “종단은 앞으로도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해외에 흩어진 성보문화재의 현황 조사·연구를 위하여 해외의 여러 기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LACMA에 신흥사 ‘영산회상도’ 및 ‘시왕도’의 보존처리 등을 지원하고 반환을 위해 많은 자문을 아끼지 않은 문화재청과도 국외 환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신흥사 '영산회상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靈鷲山)에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한 법회를 그린 불화를 뜻한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대웅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모시기 위해 1755년(영조 31)에 조성되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강원도에서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가장 시기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불화의 규모와 화격에 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가치를 가진다.

신흥사 '시왕도'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려 명부전에 모셨던 불화로 1798년(정조 22)에 제작되었다. 명부전에 모셔지는 '시왕도'는 '지장보살도'를 중심으로 좌측에 1, 3, 5, 7, 9대왕, 우측에 2, 4, 6, 8, 10대왕을 그린 불화가 걸린다. 이번에 돌아오는 불화는 신흥사 명부전 좌측에 걸렸던 3·5대왕도 1폭, 9대왕도 1폭과 우측에 걸렸던 2·4·6대왕도 1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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