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선 성신여대 교수, 6월24일
불교의례와 국가 세미나서
‘역병과 불교의례’ 주제 발표

강호선 성신여대 교수.

코로나19로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조계종 백만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가 6월 24일 ‘불교의례와 국가-국가재난에 대한 불교의 의례적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호선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역병과 불교의례(고려~조선전기를 중심으로)’ 주제 발제에서 현존 기록을 토대로 고려시대 역병의 추이와 역병이 돌 때 설행됐던 불교의례를 정리, 발표해 주목 받았다.

강호선 교수에 따르면 역병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확인되지만, 이 중 불교의례와의 관련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기는 고려시대다. 강 교수는 “역병이 돌 때 의원을 보내 치료하게 했거나 구제도감(救濟都監)을 열어 진휼하는 등의 기록이 있는 등 의례에만 의존했다기 보다는 치료와 약, 구휼을 통한 노력이 존재했다”며 “구체적인 구휼의 모습에서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불교가 설행공간과 재원, 인력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병과 관련해 대표적인 불교의례는 ‘경행’과 ‘반야도량(般若道場)’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경행은 <반야경>을 싣고 독송하며 거리를 다니는 가구경행으로, 고려시대 처음 등장해 조선초까지 개최되다가 폐지됐다. 특히 경행은 고려시대 가장 대표적인 국가불교의례였지만 ‘늘 있는 일은 처음 보이는 것만 써서 그 예를 나타내고 만약 왕이 친히 행차할 경우 기록한다’는 고려사 편찬원칙에 따라 기록이 많지 않다. 연등회나 팔관회, 인왕회처럼 임금이 직접 주관하는 의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교수는 “경행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그 설행근거가 된 <반야경>으로, 그 공덕을 통한 소재도량(消災道場)의 성격도 갖고 있다”며 “역병이 돌 때 <반야경>을 읽게했다는 기록도 전해져 전독신앙의 성행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병과 관련해 또다른 불교의례는 ‘소룡도량(召龍道場)’, 말 그대로 용을 부르는 불교의례다. 기록에 따르면 다른 의례들이 역병을 비롯한 여러 목적에서 개최된 것과 달리 소룡도량은 오직 역병에 대한 기록만 확인된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의 기록에는 역병을 기양하기 위해 국가의례로 소룡도량을 동국사에서 개설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정확한 시기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장소와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강 교수는 “기록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역병의 원인이 시령(時令), 즉 절기가 바르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부처님의 외호에 의지해 역병을 몰아내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소룡도량은 경전을 읽는 것이 주가 되는 의례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마리지천도량(摩利支天道場)’이 있었는데 <마리지천경>과 그 다라니를 독송하며 재난이 없어지길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강 교수는 “마리지천은 불교의 여신이자 전쟁과 관련한 호법신으로 민교신앙을 보여준다”며 “고려시대 마리지천도량은 문종~고종대 묘통사(妙通寺)에서면 9회 개최됐고 이중 역병과 관련한 사례는 1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역병의 방지만을 위한 의례라고 볼수는 없겠지만 역병 또한 의례로 극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기양에 효험이 있는 여러 신들이 의례의 대상이 된 것”이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병이 급속도로 확산될 때 약과 의원으로도 낫지 않은 병은 결국 초월적인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강 교수는 “역병에 대한 의례는 고려와 조선의 국가의례 구조와 거의 일치한다”며 “다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전기 기양의례의 전반을 불교에서는 수륙재가 담당하고 유교에서는 여제가 담당하게 되면서 불교의례는 수륙재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는 최연식 동국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강호선 교수 외에도 정영식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이 ‘우리나라에 있어서 전쟁과 불교의례의 양상’을,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한국불교 기우제 연구’를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박용진 능인대학원대 교수,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임혜경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참석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