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 스님, 141차 중앙종회서
총무원장 취임 1년 소회 밝혀

태고종 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

태고종 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6월 23일 서울 총무원청사에서 열린 제141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호명 스님은 태고종 역사상 유일하게 총무원 청사가 아닌 길거리에서 당선증을 받은 총무원장이다. 전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이 불신임 불복으로 야기한 종단 혼란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6월 27일 27대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길거리에서 총무원장 당선증을 받았고 청사가 아닌 임시총무원에서 불완전한 종무행정을 시작했다. 무엇하나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로부터 1년. 태고종은 이제 완전히 변모했다. 편백운 스님이 무단점거하던 총무원사를 원만히 되찾았으며 종법에 따라 편백운 스님은 멸빈됐고 종무행정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6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편백운 스님이 제기한 ‘불신임 무효소송’에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사회법적으로도 태고종의 정당성이 확인됐다. 이로써 1여년간 종단을 뒤흔들었던 최악의 분규는 상처만을 남긴 채 완전히 막을 내렸다.

6월 23일 태고종 제141회 임시중앙종회 개회에 앞서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른 호명 스님은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총무원장 소임을 맡고 이어진 지난 1년의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한데 따른 것이다.

우선 인사에 앞서 편백운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선포했다. 호명 스님은 “편경환 전 총무원장은 불신임에 불복해 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종법 절차에 따라 멸빈된 이후에도 ‘불신임 무효 소송’에서는 승소할 것이라 호언장담하며 종도의 귀를 막고 종단혼란을 조장했다”며 “그러나 결국 재판에 패소함으로서, 이제 편경환으로부터 시작된 종단 사태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이어 스님은 “1년 전 청사 앞 길거리에서 총무원장 당선증을 교부받은 뒤 우리 종단은 한치앞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혼란과 분규를 겪으며 그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당시 종도들로부터 ‘총무원장으로 당선됐으면 빨리 총무원사로 들어가야지 왜 밖에 있냐’는 질책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호명 스님은 “종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태고종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헌종법을 준수하고 종헌종법의 테두리 안에서 종단이 빠른 안정과 종도 화합을 꾀해야 한다는 한결같은 원칙이 있었다”며 “다행히 이같은 원칙에 대한 종도들의 원력과 공감이 모인 결과, 지난해 12월 19일 물리적 충돌 없이 총무원사에 돌아올 수 있었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27대 총무원 집행부를 지지한 모든 종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6월 23일 태고종 제141회 임시중앙종회. 사진제공=태고종

“지난 상처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강한 원력도 피력했다.

호명 스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며 “아직도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전임 집행부의 종권 논단으로 발생한 수억원 상당의 부채 해결은 물론, 종단 귀속된 복지법인이 처분되거나 보덕사 등 공찰이 무단으로 매매되는 등의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총무원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 마련부터, 그동안 추락한 대외적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도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당면과제다.

이에 호명 스님은 “종단 현안들이 종헌봉법의 특 안에서 논의되고 삼원장 스님들을 비롯한 중앙종회의원 스님들, 종단 중진 간부 스님들의 경륜과 지혜를 통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파사현정을 통한 종단 안정과 종도화합이 종단운영의 기본방침임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스님은 “이번 임시중앙종회는 편경환 사태 종식과 더불어 종단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첫 발자국을 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종회의원 스님들에게 “종단이 처한역경을 극복하고 나날이 향상일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뜨거운 애종심과 열정으로 종단 발전에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임시중앙종회는 △2019년 종무기관 정기감사결과 보고 △종무원 결산보고 △제5대 원로의원 선출 △총무원 부장?고시위원장?호법위원?초심위원 임명보고 및 인준 등을 주요 안건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제5대 원로의원은 지족, 청봉, 서운, 혜명, 도연, 각림, 은수, 영길, 덕화 스님을 비롯한 21명이 선출됐다. 집행부 재경부장에 일공 스님, 문화부장에 원로 스님, 사회부장에 봉진 스님이 임명됐으며 고시위원장에는 재홍 스님이 임명됐다. 또 호법위원에는 만우, 경보, 성우 스님이, 초심위원에는 명원, 수안, 법능 스님에 대한 임명안이 인준됐다.

중앙종회의장 법담 스님은 "지난 종단사태는 종단 제도의 미비점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기에 중앙종회는 미비한 제도를 보완해 종단이 재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며 "구종의 길에 앞장서는 현 집행부와 중앙종회의원,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종도들이 있기에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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