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6월 24일
철원 소이산 평화공원서
한국전쟁 70년 천도의식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6월 23일 소이산 평화마루 공원 정상에서 ‘한국전쟁 70년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진 박재완 기자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나무대세지보살마하살…. 태어남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생겨남과 같고 죽어감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흩어짐과 같아. 실체 없고 덧없나니, 나고 죽는 인생사가 뜬구름과 똑같구나. 생과 사에 걸림 없는 일문일생 바라노니.…”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해발 362m의 소이산 정상에 괘불이 우뚝 섰다. 드넓은 철원평야와 백마고지에 둘러싸여 남과 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맑고 처연한 염불 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는 6월 23일 소이산 평화마루 공원 정상에서 ‘한국전쟁 70년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했다. 소이산과 소이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백마고지와 철원평야는 70년전 6.25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던 격전지다. 한반도 분단 반세기의 아픔이 고스란히 깃든 셈이다.

천도재는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무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령과 유주무주 고혼을 위로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동시에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 비추어, 더 이상 민족이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공고한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걸어가길 염원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애초 사노위는 DMZ공원에서 천도재를 봉행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로 출입이 금지되면서 장소를 소이산 평화마루 공원으로 변경했다. 소이산 역시 근래에 와서야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해 진 곳이다. 과거에는 한국전쟁 당시 흔적인 지뢰로 인해 위험지역으로 폐쇄?관리됐다.

과거를 딛고 현재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법석인만큼,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인 박성백 1등 항해사의 어머니와 제주 4.3범국민위원회, 공무원노조, KT민주노조, 서울교사노조 등 사회 각분야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 4.3범국민위원회 허상수 공동대표는 “남과 북 정상이 민주통일의 염원을 담은 6.19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첫발을 내딛은 지 꼭 20년 1일이 지날 시점, 판문점선언의 결실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됐다. 앞으로 평화의 길로 다시 향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천을 헤매일 고혼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천도재를 마련해 준 불교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염불와 천도의식, 천수경 독경 등에 이어 스님들은 ‘망한국전쟁희생영가’ 위패를 들고 <법성게>를 봉독하며 영단을 세 번 돌았다. 사진 박재완 기자

이날 천도의식은 사노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원 서원 스님을 중심으로, 조계종 사회국장 혜도 스님과 시경, 월엄, 도철, 한수 스님 등 사노위 위원 스님들이 집전했다. 염불와 천도의식, 천수경 독경 등에 이어 스님들은 ‘망한국전쟁희생영가’ 위패를 들고 <법성게>를 봉독하며 영단을 세 번 돌았다. 이어 북측을 바라보며 위패를 소지하고 사방을 향해 절을 하며 유주무주 고혼의 극락왕생과 한반도 평화를 발원했다.

사노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공간에 서서, 70년전 희생자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죽어가야 했는지 되묻고자 한다”며 “이념의 프레임 속에서 죽어간 한국군과 북한군, 중공군과 UN군,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그 분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 원하는 것은 아마 적개심과 보복이 아닌 서로를 향한 이해를 토대로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일 것”이라며 “오늘 천도재를 통해 과거 이곳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의지와 발원을 모아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철원=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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