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禪불교사 인물로 읽다

옛 선사들 행적·사상 조명
한국 선불교사 궤적 확인
한국禪 정체성은 ‘간화선’
도표·법맥도 일목요연 정리

역사는 한 집단이 걸어온 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시작된 ‘불교’라는 역사의 궤적 속에서 뛰어난 수행자들은 불교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불교사 연구에서는 인물 연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의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는 제목 그대로 역사 속 선사들의 행적을 통해 한국 선불교사를 조명한다.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을 종지로 하는 선종이다. 한국불교의 근간이 선이라고 본다면 선을 수행해 온 선사들의 삶이 곧 한국불교 역사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선종과 선불교 역사에서 뚜렷한 옛 선사들의 면모와 사상을 각종 자료와 현지답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는 5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이 땅에 선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 즉 고대 동아시아 및 한국불교의 역사적 상황과 그 시대 선사들을 다루고 있으며, 제2 장은 이 땅에 선이 그 씨앗을 뿌리는 시기인 신라 시대의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주로 신라말 구산선문의 개산과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3장은 한국불교가 찬란한 꽃을 피운 고려 시대의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고려 마지막 국사인 환암과 마지막 왕사인 목암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선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4장은 숭유억불의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한국불교의 맥을 잇고 발전시킨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제5장은 초의, 경허 등 조선 후기 및 근세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선사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수행의 면모를 보여준다. 선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자상승(師資相承)의 법맥을 이은 선사가 있는 반면 이와 무관하게 큰 성취를 보여준 선사가 있고, 국내에서 활약한 선사가 있는 반면 이역만리 타국에서 그 수행력을 인정받고 열반한 선사도 있다. 

또한 중국 선종과의 법맥으로 볼 때, 한국 선불교의 주류를 이루는 임제종 법맥은 물론이고 홍주종·조동종·법안종 등 다양한 법맥의 선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는 한국 선불교와 선사상의 다채롭고 긴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마치 핵심만을 간결하게 표현한 조감도를 그리듯 보여준다. 선사들 한 명 한 명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국 선불교의 전체상이 그려지게 된다.

본문 곳곳에 정리된 도표와 법맥도는 자칫 선사들 개개인에 매몰되어 한국선의 흐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헤매지 않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서 있는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준다.

또한 저자가 오랜 시간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현장감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저자 정운 스님은 한국선의 정체성이 ‘간화선’에 있다고 본다. 스님은 “우리나라는 이론적으로는 조사선이지만 수행방법 상에 있어서는 간화선”이라며 “나말여초에 조사선이 전개됐고, 보조지눌·진각혜심의 주도로 간화선이 보급됐다. 고려 말기에는 태고보우·나옹혜근·백운경한이 직접 송나라에 들어가 법을 받아와 간화선을 전개했고, 몽산덕이의 간화선 선풍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서에 마지막에 기술한 승가교육 변화, 한국선 정립 등의 제언들은 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승인 저자가 종단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