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의 제정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인권 보호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편견에 뿌리를 둔 증오와 혐오, 또 이로 인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안임에도, 2007년 첫 입법시도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를 비롯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인 국회 주요정당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권은 절대로 합의의 대상이 아니며,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권에 속한다. 

‘사회적 합의’의 기준도 모호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대부분이 개신교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계는 “차별 금지에는 동의하지만 성적소수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위 말하는 ‘동성애’가 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혜영 국회의원에 따르면 여성정책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90%에 가까운 응답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동의할 뿐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종교적 반대에 밀려 제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조계종은 4.15총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제안 목록의 하나로 발표했다.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차별금지법이 추구하는 바와 같기 때문이다. 편견은 혐오를 낳고, 혐오는 증오가 되며 증오는 폭력이 된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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