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오종선(五種禪)

청화 스님의 법어집인 〈원통불법(圓通佛法)의 요체(要諦)〉 ‘제3장 수증과 공덕 제1절 참선’에서, 선의 종류를 1. 외도선[外道禪. 인과(因果)를 불신(不信)하고 유루공덕(有漏功德)을 위하여 닦음], 2. 범부선[凡夫禪. 인과를 믿고 유위(有爲)공덕을 위하여 닦음], 3. 소승선[小乘禪. 아공(我空)을 믿고 해탈(解脫)을 위하여 닦음], 4. 대승선[大乘禪. 아공 및 법공(法空)을 믿고 해탈을 위하여 닦음], 5. 최상승선[最上乘禪. 본래부처로서 일체 무루공덕(無漏功德)이 원만히 구족함을 신해(信解)하고 닦는 선. 즉 여래선과 조사선]의 5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는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 이하 도서〉의 5종선(種禪)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중국 화엄종 제5조인 당(唐)의 규봉종밀[圭峰宗密ㆍ780년 ~ 841년, 이하 종밀]은 어려서부터 유교와 불교를 배우고, 6조 혜능 대사의 남돈선(南頓禪)을 계승한 도원(道圓) 선사를 만나 출가하였다. 〈원각경(圓覺經)〉에 정통하고 청량징관(淸凉澄觀)에게 화엄학을 배웠다. 821년부터 종남산(終南山) 규봉(圭峰) 초당사(草堂寺)에서 저술에 전념하면서 교선일치(敎禪一致)를 제창하였다.

종밀의 〈도서〉는 CE 857년 배휴[裴休ㆍ791∼870]의 필사본이 전해지면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배휴의 필사본에 의거해, CE 955년 이후 계현(契玄)이 간행한 송판본[宋板本, 상하 2권본 〈도서〉의 모본(母本)]이 나왔다.

계현의 송판본은 10세기 말쯤 국내에 전래되어 유통되면서 1493년 화암사본(花岩寺本)을 비롯한 조선시대에 간행된 대부분의 현존 판본이 이 송판본을 저본(底本)으로 한 것이다. 1303년 설당보인(雪堂普仁)이 간행한 4권 본 〈도서〉는 영락북장 본(永樂北藏本), 가흥장 본(嘉興藏本) 등 여러 단계와 변화를 거쳐, 명장 본(明藏本) 계통으로 변천하였다. 〈신수대장경〉의 〈도서〉는 상1, 상2, 하1, 하2로 나눈 명장 본(明藏本) 계통의 4권 본이다.

종밀은 오종선 중 최상승선을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 일행삼매(一行三昧), 진여삼매(眞如三昧)라고도 하며, 달마가 전한 것이라고 했다.

〈능가경〉의 4종선과 종밀의 5종선을 대비해보면, 〈능가경〉의 우부소행선은 ‘인무아[아공]’를 알고 닦는 것이니 종밀의 소승선에 해당하고, 관찰의선은 ‘법무아[법공]’를 알고 닦는 것이니 종밀의 대승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능가경〉의 반연진여선은 인무아나 법무아의 분별마저 떠나, 무아라는 마음조차 일으키지 않는 수행이며, 여래선은 붓다의 경지에 들어, 여러 중생을 위해 불가사의한 활동을 하는 수행이니 이 두 가지는 대략 종밀의 최상승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진성(眞性)은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아 범부와 성인의 차별이 없으나, 선정(禪定)은 깊고 얕음이 있어 계급의 차등이 있다. 잘못 헤아려 위(천상)를 좋아하고 아래(지옥)를 싫어하여 닦는 것은 외도선(外道禪)이요, 인과를 바르게 믿으나 역시 좋고 싫은 마음을 내어 닦는 것은 범부선(凡夫禪)이며, 아공(我空)을 깨닫고 진리의 단편만을 의지해 닦는 것은 소승선(小乘禪)이요, 아공과 법공(法空)의 이공(二空)을 깨달아 진리를 드러내는 수행은 대승선(大乘禪)이다.

이상 4종의 선정에는 모두 4색계정[四色定]과 4무색계정[四無色定]의 차이가 있다. 만약 돈오하면, 자심(自心)이 본래 청정하여 원래 번뇌가 없으며, 무루지(無漏智)의 성품이 본래 갖추어 있으니, 이 마음이 곧 붓다여서 붓다와 조금도 다르지 않으니, 이를 의지하여 닦는 것이 최상승선(最上乘禪)이며, 또한 이를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 일행삼매(一行三昧), 진여삼매(眞如三昧)라고도 하나니, 이것이 일체 삼매의 근본이 된다.”

〈禪源諸詮集都序 T2015_.48.0399b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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