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거(智炬) 스님의 〈보림전〉 권8에 보면 혜가(慧可)대사가 달마대사를 찾아가 깨달음의 가르침을 받은 ‘설중단비(雪中斷臂)의 일화’가 나온다. 

혜가(487~593)대사는 위진남북조시대 북위(北魏)의 스님으로 달마대사를 찾아간 때는 폭설이 내려 소림사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그가 눈 속에서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으나 묵묵부답이다. 혜가는 진리를 구하고, 스승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이 차고 있던 단도를 뽑아 왼쪽 팔뚝을 끊어 달마대사에게 바쳤다. 이것이 ‘혜가의 구법단비(求法斷臂)’라는 고사이다.

혜가(慧可)는 “저의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라고 가르침을 청하였다. 달마대사는 “그래, 그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져 오너라. 그러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마” 라고 하자, 혜가는 “제 마음에서 불안한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하였다. 달마대사는 “그렇다. 너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불안한 마음은 실체가 없는 너의 망상이다. 본래 불안한 마음은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나그네와 같다. 부질없이 망상을 일으키지 말라. 그러면 네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혜가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마음이 모든 법의 주인이고, 인식의 주체로서 마음이 부처임을 깨달았다. 이것이 유명한 선가의 안심(安心)법문이고, 혜가는 달마대사의 뒤를 이어 선종의 2대조사가 되었다. 

리잉의 <성공이 보이는 심리학>에서 하버드대학교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과 교수는 “당신이 부유한 것을 생각하면 부유해질 것이고, 박식하길 원하면 박식해질 것이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원하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당신은 진심으로 그 일을 바라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선종의 핵심적인 가르침인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마음이 부처이다”라고 한 명제와 같은 말이다. 불안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은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한다.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깨달은 진리가 “마음이 망상을 일으키면 본래 없는 귀신이 대낮에 나타난다”고 한 것이다.

인간은 유희(遊戱)적이고, 설명하는 동물이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존재는 인간 밖에 없다.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을 뜻한다. 이야기는 어떤 논리적인 설득보다도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강하다. 대중 스피치나 기업의 광고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매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이다. 

부처님의 생애나 경전의 내용, 선사들의 구도와 깨달음의 모습을 이야기로 소설처럼 편집하여 설법한다면 드라마를 보듯이 쉽고 흥미진진하게 공부할 수 있다.

특히나 선사들의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투철한 수도와 깨달음의 내용은 드라마틱하다. 선화두 공안의 내용은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극도로 축약되고 상징화된 기획된 교육프로그램으로 큰 깨달음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의 역사와 고승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전등록>이나 〈삼국유사〉와 인생의 역전과 승리의 스토리를 담은 사마천의 〈사기〉는 스토리텔링 설법의 좋은 설법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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