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영통사 복원 15주년 회고전 연 무원 스님

 

 

개성 영통사는 고려 제 11대 문종의 넷째 왕자인 대각국사 의천 스님(1055~1101)이 출가해 개성 외곽 오관산에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천년 고찰이다. 16세기 화재로 전소한 것을 2002~2005년 남북이 힘을 합쳐 복원해 화제가 됐다. 이후 천태종은 개성 영통사 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남북관계가 경색된 2015년까지 매년 영통사 복원 기념법회와 대각국사 의천 스님 다례재를 조선불교도연맹과 공동 봉행해 왔다. <편집자주>

남북 교류사업을 펼쳐온 대한불교천태종 대전 광수사 주지 무원 스님〈왼쪽사진〉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북한 개성 영통사 복원 15주년 회고 사진전을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열었다.

“개성 영통사는 천태종 종조가 머물던 왕실 사찰인데, 화재로 전소돼 묻혔다가 1997년도에 대홍수가 나면서 사적지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냈죠. 이후에 당시 조선불교도연맹 박태화 위원장 등 북쪽의 요구로 복원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애국불교를 중요시한 까닭에 우리 천태종이 대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개성 영통사 복원은 남북 불교계의 우호 교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종교를 통한 소통과 화합의 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 2007년 11월, 천태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이 영통사서 분단 후 처음으로 대각국사 추모 합동 다례재를 봉행하며 남북한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개성 영통사 복원 15주년 회고전
5월 29일~6월 3일까지 광수사서
2002~2005년 복원 과정과 순례

현장 촬영한 사진 50여점 선보여
물자 수송 통로 북측과 큰 이견
당위성 앞세워 끈질기게 설득해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5년 이후 합동 다례재가 중단된 상태고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개성일대 성지순례와 영통사의 추가 보수 등 문화교류사업이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고 무원 스님은 밝혔다.

‘천년의 기억’을 주제로 한 이번 회고전에서는 무원 스님이 2002∼2005년 개성의 영통사를 남북합작으로 복원하는 과정과 성지순례 현장 등을 촬영한 사진 50여 점이 선보였다.

이 사진들중 무원 스님이 첫 번째로 꼽는 감동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스님은 “그래도 2005년 11월 31일 개성 영통사서 열린 남북한 합동 낙성 법회서 북측 스님과 공동발원문을 낭독하는 장면이죠. 지금도 그 사진을 볼때면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가슴 뭉클합니다.”

2001년 당시 천태종 사회부장이던 무원 스님은 그 이듬해인 2002년 말부터 영통사 복원불사 단장을 맡아 본격 불사에 팔을 걷어 부쳤다. 북측과 협력해 기와 46만여 장과 중장비, 마감재 등을 육상으로 수송했으며, 드디어 2005년 11월 31일, 1만8,000여 평 규모에 29개의 전각을 복원하는 등 50여억원 상당의 대작 불사를 마무리했다.

2005년 11월 31일 개성 영통사 낙성법회서 남북한 스님이 함께 공동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사진 왼쪽이 무원 스님.

“공사 단계서 가장 난항을 겪은 게 바로 물자 수송 통로였어요. 북측과 이견이 컸죠. 저희는 육로로 물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북측에서는 남포항 등 해상으로 보내달라고 난색을 표했죠. 하지만 육로 수송의 당위성을 앞세워 제가 끈질기게 설득했죠. 결국에는 북측에서 받아들이더군요.” 그동안 개성을 포함해 북한을 80번 정도 방문한 무원 스님은 현재의 남북 경색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영통사 복원은 남북한 평화를 여는데 분명히 교두보 역할을 했어요. 영통사 복원으로 성지순례에 이어 개성관광까지 이뤄졌는데, 영통사 복원이 한몫 톡톡히 했습니다. 개성의 육로를 통해 종교시민단체로서 처음으로 갔다는 점에서 뜻깊은 교류가 됐죠. 현재는 남북한 관계가 꽉막힌 지금 모두가 남북 화해를 위해 함께 발원코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 ‘천년의 기억’전을 마련했습니다. 부디 우리 민족의 일원인 북한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 화해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편 무원 스님은 지난 2002∼2005년 개성의 영통사를 500여 년 만에 남북합작으로 복원한 뒤, 이 지역으로의 성지순례 사업, 남북 공동법회, 관광객 왕래 등 남북교류에 앞장서 왔다.

1979년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출가, 대충 대종사를 은사로 수계 득도했고 인천 황룡사, 서울 명락사, 부산 삼광사 주지 등을 지냈다. 특히 2009년 국내 처음 다문화 사찰로 유명세를 떨친 명락사 주지로 있으면서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고 총무원 사회부장, 총무부장,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대전·세종·충남 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를 맡고 있는 무원 스님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불교의 사회복지와 대중문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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