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혜광청운 지음/인북스 펴냄/1만 8천원

“우리가 마음대로 안될때는 화를 내게 되는데, 이 못된 성질로 해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되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지요. 그러기에 영국의 시버가 자기 분노의 물결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고삐 없이 야생마를 타는 셈이라고 했죠.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날뛰는 야생마처럼 자기 자신을 주체할 수 없게 되고, 그때 상대방이 있다면 시비가 일어나 불붙은 장작더미에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요란스럽게 됩니다. 그래서 <출요경>에서는 달리는 수레를 붙잡듯 분노를 제어하면,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게 됩니다.”

동서양의 성인 어록과 경전 말씀을 넘나들며,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대기 설법을 하는 홍천 광운사 주지 청운 스님이 최근에 책을 펴냈다.

BBS불교방송 생활법문 프로 방송
울림되는 법문과 강연 100편 소개
지금 여기서 행복 일구는 생활지혜

경전과 선어록 인용해 안목 열어줘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행복한 삶’
“불행, 우리 삶의 일부로 인정해야”

이번 책은 BBS 불교방송 ‘청운 스님의 생활법문’ 시간을 통해 방송된 내용을 중심으로 법회와 대중 강연을 통해 울림이 큰 법문 100편을 묶었다. 책 속에는 불자들이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는 수많은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함께 지금 바로 여기서 향기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부처님 가르침이 가득 담겨 있다.

책 속 법문들은 저자인 청운 스님이 평소 철저한 자기 수행으로 쌓아 올린 무상의 경계를 바탕으로 한 생활 법문들이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다. 또한 책 속 내용들이 모두 구어체로 기록돼 있어 현장에서 직접 법문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청운 스님은 평소 방송 매체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현대적 사고 방식과 철학으로 명징하게 풀어내 전하며,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경전과 선어록을 인용해 참다운 안목을 열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펴낸 법어집 <마음의 향기>에도 부처님의 금구직설(金口直說)인 경전 가르침과 더불어 오랜 세월 수행과 정진으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선지식들의 일화, 시대와 종교를 뛰어넘는 동서양의 삶의 지혜 등을 알기 쉽고 재미있는 청운 스님 특유의 비유적 화법으로 펼쳐낸다.

책은 제 1부 수행의 향기 28편, 2부 지혜의 향기 28편, 3부 선지식의 향기 16편, 4부 인생의 향기 28편 등 모두 100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법어집의 일관된 주제는 ‘행복한 삶’의 추구이다.

청운 스님은 30년 넘게 광운불교대학을 운영했으며, BBS 불교방송 생활법문, 수요법회와 BTN(불교TV) 정기법회 등을 맡아 전국 불자들에게 법음을 전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BBS TV 〈청운스님의 천수천안〉은 천수경을 주제로 부처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하고 있어 방송뿐 아니라 유튜브 등서도 불자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는 강원도 홍천 운봉산 광운사 주지로 있다.

저자 청운 스님은 책머리에서 “이번 책은 BBS 불교방송서 3년 동안 방송하며 전국의 불자님들과 함께했던 법문들을 모았습니다. 방송을 통해 법문하는 내내 매일 새벽 청정한 기도로 모든 분이 행복하길 발원 드렸습니다”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스님은 “모든 생명은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합니다. 모든 이들의 행복, 평화, 안락이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설하신 목적이고 까닭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청운 스님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을 불자들에게 요구한다. 건강, 명예, 사랑, 재물, 권력,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믿고 그것들을 성취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누리려면 불행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복이나 불행은 따로 떨어져 다니는 둘이 아니라 손바닥과 손등처럼 함께 있는 것이며, 행복도 불행도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행복만 기다리는 것은 욕심입니다. 생과 사를 하나로 보듯이 고통도 즐거움도 즐길 대상이기에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삶을 즐기며 인연에 감사하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길입니다. 그러면 행복은 어느 사이엔가 내 곁에 와 있을 것입니다.”

제 1부 수행의 향기는 주로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윤회와 연기 그리고 자비의 정신을 일깨우며, 일상 속에서 불교 교리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인지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청운 스님이 강조하는 행복의 지혜 중 하나는 자비의 실천이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자들의 자비 손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베푸는 자비 실천이 바로 자신의 행복을 일구는 비결도 된다고 여러 사례를 들어 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이 시대에 불교가 우리 사회를 정토로 가꿀 수 있는 종교로 우뚝 서기 위해선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는 정체성을 회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 2부 지혜의 향기는 행복의 길로 가려면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함을 일깨우는 경책의 법문이 주를 이룬다. 특히 탐욕을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은 아무리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금과옥조라 할 것이다.

제 3부 선지식의 향기에서는 동산 선사를 비롯한 중국 옛 선사를 비롯해 근대 선승인 경허 선사 일화에 이르기까지 참된 수행으로 깨침을 이룩한 선사들이 후세에 전하는 참된 삶의 교훈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명예와 거울은 사소한 입김으로도 흐려진다’는 격언을 들어 세속적 명리를 경계하며 걸림 없이 살아온 고승대덕과 선각자들의 행적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제 4부는 부처님 가르침을 우리 일상 생활에 조화롭게 적용하기 위한 신(信) 해(解) 행(行) 증(證)을 당부하는 법문들이다. 효는 모든 선행의 근본임을 깨닫게 하도록 부모님에 대한 효성을 무엇보다 큰 덕목으로 내세우고, 인과 연의 업설, 선조들에 대한 의례 등의 설명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생활 법문이 펼쳐진다.

단일 주제 형식의 법문들을 간추려 놓아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지 않더라도 책상위나 머리맡에 두고 인생의 고비때마다 백과사전처럼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 맞는 주제별로 이따금씩 꺼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저자 청운 스님의 깊이 있고 폭넓은 인생 처방전이 가득 들어 있어 오래 사귄 벗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한 위안을 준다.

책 속의 밑줄 긋기

“남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네 마음이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남의 일에 나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겠고, 그것은 곧 너와 나는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고, 그것은 또 나만을 챙기려고 하는 욕심 때문일 것이란 얘기입니다. 남을 나보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곧 자비심입니다.”<79p>

“남이 성낸 것을 알고 정념으로써 자신을 고요하게 하는 사람은 훌륭하게 자기를 이기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마치 좋은 의사와 같은 사람이 되느니라.”<120p>

“충고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게 되고 충고가 필요한 사람들도 내게 충고를 하는 사람을 자연히 멀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칭찬은 달지만 독이 되기 쉽고, 충고는 한없이 쓰지만 약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칭찬의 노예가 되지 말고, 나를 칭찬하는 소리에 넘어가는 바보가 되지 맙시다.”<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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