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주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부처님오신날 병원 강당 봉축행사를 축소하는 대신 일선에서 가장  힘들게 고군분투한 병원 직원들에게 떡과 음료수를 전달하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봉사자들은 새벽부터 일찍 나와 직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했다. 80세가 넘은 노보살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자비심을 불러 일으켰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된다는 말씀과 더불어 병원장님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처음 병원 법당을 개원한 이래 병원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갈등 상황에 대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0일 불교법당을 개원할 때, 포교를 펼치게 될 기대에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병원 봉사 환경이었다. 그동안 먼저 들어온 타종교 세력이나 공단 협력 병원으로 들어온 임직원들이 종교의 색채가 강하다보니 불교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왜 여기에 불교가 들어왔나”하는 식의 반응이었다. 환자들마저 이곳은 기독교 병원인데 불교가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았다. 로비에 연등 설치를 위해 병원 측과 여러 번의 이해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연등설치 불가’ 였다. 종교 상징물의 설치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크리스마스 때 트리는 설치하면서 왜 연등은 설치할 수 없냐”고 항의하자 “크리스마스트리는 연말 행사지만 연등 설치는 종교 행사”라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논리였다. 병원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 연등 설치를 허락해달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나는 경기도신도연합회 회장인 전홍은 회장님께 이 일을 상의한 뒤 불자들과 스님들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 난관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병원 측과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연등을 설치하긴 했지만 병원 측은 그 해 연말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하지 않았고, 불교 법당과의 갈등 고리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일단락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병원 임직원들이 힘들고 지칠 무렵 병원의 세 종교 원목자들이 함께 십시일반 의료진들을 위한 성금을 마련하고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면서 병원과의 냉랭했던 관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부처님오신날 직원들을 위한 나눔 행사가 모두 끝나고 오후 늦게 병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스님,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저희 직원들을 위해 이렇게 마음 써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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