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빈자에게 큰 고통
부유층·빈곤층 격차 더 커져
사회 불평등 구조 심화 전망

니부어 사회윤리 중요성 강조
코로나 치유는 사회정의 문제
핵심은 ‘평등’에 있음을 강조

붓다 가르침 그 자체도 ‘평등’
불교적 평등은 모든 존재 해당
자비공동체 구현, 시대적 과제

코로나19의 쓰나미가 계속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의 파고 속에서 지구촌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소위 강대국 또는 문명국이라고 지칭되고 있는 나라들의 취약성과 문제점도 여실히 나타났고, 바람직한 인간 삶의 양식과 시회구조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게 만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코로나의 파고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익사하는 사람들의 태반이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국가다. 코로나로 인해 불평등 사회의 문제점이 여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칭해지는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과 고통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 이를 어쩌랴. 코로나는 앞으로 더욱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라인홀드 니부어(R.Niebuhr)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oral Society)〉가 생각난다. 그는 개인의 도덕성에 바탕을 둔 개인 윤리적 차원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사회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사회윤리는 사회구조와 제도의 도덕성에 관심을 가진다. 여기서 사회정의의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며 어떻게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사회윤리적 과제가 등장한다. 코로나19의 치유문제는 단순한 의학·방역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회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정의의 핵심은 바로 평등의 문제이다. 필자는 불교의 정치철학을 탐구하면서 붓다 다르마의 속제화를 필요치 않는 가르침이 바로 ‘평등’의 문제라고 보았다. 평등의 문제는 붓다의 가르침에 있어서 매우 일상적이다. 붓다 재세 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매우 놀라운 계몽적인 가르침이라 하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의 평등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붓다가 말한 중생은 인간 중심적 개념이 아닌 모든 생명과 무생물까지 포함한다. 모든 존재를 자비의 대상으로 보는 생명 평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의 사회윤리와 사회정의는 바로 ‘공업(共業)’의 문제와 연결된다. 불교의 업설은 개인 차원의 업과 사회적 차원의 공동의 업까지 포함한다.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양식은 개인적인 선업뿐만 아니라 공동의 사회적 업이 뒷받침될 때 성취되는 것이리라. 이것은 바로 자비 공동체를 구현하는 일이다. 

붓다의 연기법과 무아사상에서 불교의 자비 사상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모든 존재는 시방삼세 존재자들의 상호적인 관계에서 나온 선물이다. 따라서 연기에 대한 깨달음은 자신의 존재와 삶이 우주적 연쇄의 존재가 주는 선물임을 깨닫고 다른 존재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비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느끼는 사랑을 다른 형태의 모든 존재에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비 구현은 이론과 관념으로는 쉽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개인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자비 실천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현대사회에서 작동할 자비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통섭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붓다의 긴 여정은 대자대비의 길이다. 자비 없는 깨달음은 없다. 자비 없는 수행은 없다. 그래서 자비 없는 불교는 없다. 이제 자비의 큰 그릇으로 ‘자비 정의론’의 지혜를 탐구해 보자. 이것은 자비의 정신을 사회구조와 제도에 어떻게 정착시키느냐의 문제이다. 코로나 치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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