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범어사 나옹당 능가 대종사 영결식 엄수

범어사 주지와 동산문도회 문장을 역임한 능가 스님의 영결식이 6월 2일 범어사 보제루 앞 특설무대에서 엄수됐다.

불조도장(佛祖道場) 도솔내원궁(兜率內院宮)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

금일(今日)
열파고금(裂破古今) 탈각오음(脫脚五陰)
본분나인(本分那人) 옷으로 도솔천(兜率天)에 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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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창천(蒼天蒼天)이여

수행가풍 정화와 중생 교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나옹당 능가 스님이 사바세계를 벗어나 찬란한 연화장의 세계로 떠났다. 오색 만장을 따라 다비장으로 향하는 사부대중은 능가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추모의 향을 올렸고 거화 의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합장한 채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종단 발전 위해 헌신
조계종단 큰 기둥으로
사부대중 800여 애도
유지 이어 정진 할 터

범어사 주지와 동산문도회 문장을 역임한 능가 스님의 영결식이 62일 범어사 보제루 앞 특설무대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을 비롯해 문도 대표 등 300여명의 스님들과 불자 500여명이 동참했다.

문도 스님들이 헌다를 하고 있다.

영결식은 개식으로 시작을 알려 삼귀의 및 영결법요가 이어졌으며 문도 대표인 인각 스님, 종훈 스님, 수불 스님의 헌향, 헌다, 헌화가 진행됐다. 능가 스님의 행장은 전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이 소개 했다. 참가한 사부대중은 추도입정으로 능가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으며 참석 한 내빈들의 영결사 및 추도사, 조사가 이어졌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이 영결사를 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은 오늘 이곳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는 별안간에 큰스님을 여읜 부음을 접해 일월은 빛을 잃고 사부대중은 가슴이 무너진다스님께서는 일찍이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헌신적으로 전념해 오셨으며, 종단교육과 사회사업에 선구적 역할을 해 오셨다. 아직 종단의 장도는 멀기 만 한데 이렇게 창졸간에 홀연히 자취를 접으시니 일천 거북의 인재를 배출한다는 금정산의 정기가 오늘따라 야속하게 여겨진다고 애통해했다.

죽림정사 조실 도문 스님은 오늘 큰스님께서 98년 동안 사바에 응신 보살로 오셔서 원적에 드셨다. 금일의 대덕 큰스님들과 사자후를 하시던 모습이 역력한데 오늘 아침 부고를 접하고 추도의 글을 올려야 한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큰스님의 업적은 극천하고 광대하여 후학들이 보기에 스님께서는 가히 우리 조계종단의 큰 기둥이셨으며 주인이셨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슬퍼했다.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이 조사를 하고 있다.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큰스님께서는 적멸의 참 도리 보이셨으나, 후학들은 금정산의 낙락장송 무너진 듯 애석 한 마음 금할 길 없다큰스님께서 사바세계를 벗어나 대해탈, 대자유의 피안으로 가시기에 큰 슬픔을 뒤로한 채 옷깃을 놓아드리오니 부디 덕화의 향기는 우리 곁에 남아 중생을 제도해 주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하 스님

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하 스님은 그동안 저희들은 큰스님의 지혜가 계시기에 어둠 속에 등불을 볼 수 있었으며, 큰스님의 혜안이 계시기에 밝은 눈을 열어 모든 정도를 배울 수 있었다후진법려들은 앞으로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불교의 일대중흥을 위하여 사부대중이 화합 단결하여 대보살도를 봉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수관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장

박수관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어버이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세상이 혼탁하고 어려울 때일 수 록 지혜로운 눈을 가진 세상의 스승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중한 시기에 저희 중생을 이끌어 주시던 큰스님이 입적하시니 슬픔이 눈앞을 가리고 걱정이 발목을 잡는다며 슬퍼했다.

문도 대표 인각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석한 대중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인사말씀으로 영결식은 마무리 됐다.

문도 대표 인각 스님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왕림해 주신 모든 사부대중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큰 스님께서는 오직 법답게 살아라. 법에 의지하고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스님의 의지를 받들어 저희들은 더욱 정진하고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영결식 후 능가 스님의 법구는 보제루에서 설법전을 지나 범어사 일주문 앞으로 이운 됐다. 일주문에서 대중들은 향을 피워 추모하며 삼배했고 능가 스님의 공덕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비장에 도착해 스님의 법구가 안치되자 스님들은 불을 놓는 거화 의식을 진행했고 사부대중은 스님 불 들어갑니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연기와 불길 속에 스님의 법구는 흩어졌고 대중들은 다시 속환사바 해 중생을 구제해 주실 것을 두 손 모아 간청했다.

스님의 법구가 안치되고 있다.

능가 스님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충북 괴산에서 전주 이씨인 이기탁 거사를 부친으로, 전주 유씨이신 유영하를 모친으로 태어났다. 중동고보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04월 범어사 동산(東山) 선사를 은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6.25 한국전쟁에서는 군통역관으로 자유대한민국 수호에 기여했으며 휴전과 더불어 찾아온 평화 속에서 종교적 자각(自覺)이 민족에게 간절함을 인식하고 불교 위상 정립에 노력을 기울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정화사업에 앞장서며 대한불교조계종의 기반을 닦았다.

능가스님은 1970년 세계불교도대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한일 불교도연맹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종교협의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담당했다.

스님은 세계 평화론(平和論)”을 주창하며 불교적 사고에 의한 세계평화를 꿈꾸었고 미국 아카데미에서 1973년 철학박사와 문학박사를 헌정해 위 내용을 강조했다. 사재를 기부해 장학재단인 이웃돕기 삼보재단을 창단하고 복지사업을 전개해 보살도를 실천했다.

능가 스님의 초재는 64일 범어사 내원암에서 진행해 매주 목요일 오전 1030분에 봉행된다. 막재는 716일 범어사 보제루에서 엄수된다.

거화의식을 하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스님의 법구는 흩어졌고 대중들은 슬피 울며 다시 속환사바 해 중생을 구제해 주실 것을 두 손 모아 간청했다.
능가 스님의 영결식 날 하늘에 뜬 햇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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