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로 불교를 새롭게 바꾸자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시대에 있어 지극히 중요한 사건으로 우리는 일종의 대격변에 처해있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알던 세상은 없다. 앞으로 우리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을 하게 되며 그 것이 미래사회의 형태를 결정 지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미래학자이자 역사가인 유발하라리의 말이다. 이른바 BC(Before Corona)에서 AC(after Corona)의 세기적 전환이다.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의 확산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한국사회에서도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020년 1월과 2월이 어느덧 지나가고,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5월이 왔다. 코로나 확산이 주춤하며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새 코로나 이후를 향하고 있다.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삶은 어떻게 바뀌고, 이는 불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비제도권 불교 활성화
공공기여 요구 증대
성찰 행동 규범 보급

과거를 보면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인류가 경험한 큰 변화의 이면에는 전세계에 하나의 변곡점이 있었다. 흑사병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는 봉건체제를 무너뜨리고 농업의 쇠락과 상업의 증진으로 르네상스의 기반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가 개막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스마트 모바일 혁명의 신호탄이 됐다. 위기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불교에 미친 파장

코로나19는 불교의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교계의 코로나 대응부터 그렇다. 코로나 19 확산시기 신천지의 조직이기주의적 행동과 일부 개신교 교회의 예배 강행으로 인한 집단 감염으로 이들 종교단체는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불교계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산문폐쇄와 법회 중단, 연등회 연등축제 등 주요행사의 전면 취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5월 20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악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찰들의 분담금 감면을 진행한데 이어 사찰들이 교구본사 적립 회계서 한시적으로 최대 1억원까지 무이자로 특별 대출하는 제도 시행을 알렸다. 일선사찰의 운영비 지원책까지 나올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교계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재정적 어려움은 활동 축소와 인력 조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하반기 사업 진행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 자체가 집행이 될 수 있을지 실무자 입장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재정적 어려움은 제도권 불교의 활동 축소로 이어진다. 지역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이는 결국 사찰의 존폐 문제까지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시선까지 낳는다. 이런 와중에 분담금에 의존하는 종단의 체질 개선과 불교계 다양한 사업의 경제적 절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찰을 중심으로 한 제도권 종교가 잠시 멈춘 동안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이타행에 나서고 있다. 기존 제도권 불교에서 담당했던 것을 비제도권 불교, 소규모 불자모임 등에서 담당하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을 돕고 있는 사단법인 다나 대표 탄경 스님은 최근 승가공동체 0715와 함께 국밥나눔행사를 열었다. 탄경 스님은 “불교 가르침은 결국 자비실천이기에 사찰에서 대중이 모이지 못해도 곳곳에서 자비행은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행사도 도반들의 힘이 컸다. 코로나로 인해 사찰들이 해왔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자 스님들과 불자들이 더욱 더 직접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제도권으로 무게중심의 변화는 신행활동에서도 감지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사찰에 나오지 못한 불자들은 각 가정에서 개인수행에 매진했다. 법회 중단에도 개인수행이 늘어나며 아이러니하게 조계종이 진행하는 신행수기 공모에는 역대 최다 작품이 몰렸다는 후문도 있다. 이러한 수행을 돕기 위해 사찰은 온라인 법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 홍법사와 합천 해인사 서울 봉은사, 안양 한마음선원 등이 4월부터 유튜브 스트리밍 법회 중계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실시간 기도상담과 영상 사찰 소식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사회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외계층을 보듬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움직임이 불교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주민과 저소득가정에 대한 생필품 전달 및 마스크 기부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불교계가 한달간 ‘코로나19 치유와 극복기도’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지역에서 진행된 릴레이기도에는 가톨릭과 개신교계, 일본불교종단까지 동참해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이 일회성이 아닌 사회운동으로까지 전개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헌혈감소 소식을 들은 상월선원 결사대중들이 안거 후 첫 행보로 헌혈을 하고 조계종이 코로나19 의료진들의 심신안정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열기도 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사회적 기여가 늘어나고 있다.

실직자를 위한 내비둬 콘서트 등을 직접 진행했던 일감 스님은 “코로나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사회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라며 “불교 연기법에 근간해 사회 곳곳의 소외계층을 보듬고 공동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계기를 불교계가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는 ‘성찰’부터 시작하자

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계가 코로나의 근본원인을 짚고 그 발생원인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의 원인인 세계화와 도시화, 인간 중심의 탐욕 경쟁에서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안을 제기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스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다. 생활 편리를 위해 인구가 밀집되고 교통이 발달시킨 이른바 문명사회에 대한 자연의 경종”이라며 “코로나는 종래의 온갖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인류의 삶의 태도와 생활방식, 사고습관의 근본적 전환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는 불교계에도 예외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탐욕이 불러온 코로나19로 인한 치유는 결국 인류가 지닌 이타성의 발현, 소욕과 절제의 미덕을 통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불교가 지닌 사상적 근간이 코로나 치유의 핵심 기제로 작동할 것이란 결과다.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은 “무엇보다 코로나19를 야기한 우리 삶의 태도와 생활양식과 가치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우리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공업중생으로서 사회적으로 참회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전환해야 할 방향과 삶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해가자. 또 고통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밝히고, 활동과 행위를 조직화 하는 행동규범을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정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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