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풍경들] 11. 티베트- 시가체서 라싸까지
[길위의 풍경들] 11. 티베트- 시가체서 라싸까지
  • 진광 스님/ 조계종 교육부장
  • 승인 2020.05.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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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쉴룬포 사원 광장서 올린 예불 ‘감동’ 

​​​​​​​판첸라마 주석처 타쉴룬포 사원
예불하며 선지식들 구도열 기려 
곳곳서 공안 단속에 ‘안타까움’ 
판첸라마의 주석처인 타쉴룬포 사원 전경 스케치.
판첸라마의 주석처인 타쉴룬포 사원 전경 스케치.

암드록초 호수를 지나 장쯔로 가는 길에 순백의 만년설로 덮힌 해발 7200m의 장엄한 카로라산을 만난다. 그곳의 해발 5022m 전망대에서는 태고의 신비인 카로라산 빙하(氷河)를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고산증세로 인해 숨조차 쉬기 어렵고, 한 발자국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만 대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그저 찬탄과 경외의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장쯔는 천연의 요새로 영국과 네팔 연합군의 침공시 끝까지 저항하다가 산화한 곳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신라의 천축구법승인 오진(悟眞) 스님이 돌아오는 길에 근처 고갯마루에서 입적한지라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티베트불교의 샤카·까담·겔룩의 3개 종파가 공존하는 바이쥐사(白居寺)가 있다. 특히 탑 내부에 불당과 불탑이 있고, 벽화 위에는 10만개의 불상이 그려져 있어 ‘십만불탑(十萬佛塔)’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탑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순례대중은 이곳을 거쳐 간 천축구법승들을 기리는 추모제를 가졌다. 이역만리에서 오직 위법망구의 구도열과 순례로 앞서간 이들로 인해 지금의 조계종과 우리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혜총 스님의 감동적인 법문에 어느새 감격의 눈물과 환희가 밀려들며 새로운 신심과 원력을 다져본다.

샤루사(夏魯寺)는 티베트 대장경(구나르탕 대장경)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곳으로 지금은 옛 영화를 간직한 소박하고 한적한 곳이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드는 실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사원이다. 사원안의 우물물로 혜총 스님께서 마정수기를 해 주시고 선물로 산 티베트 불상의 점안까지 해 주셨다. 사원 담장을 도는 코라길에는 야크똥을 벽에 붙인 풍경과 천진한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시가체(日喀則)는 티베트 제2의 도시로 판첸라마가 계신 타쉴룬포(托什冥布) 사원이 자리한 곳이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는데 아침부터 멀리서 가까이로 들려오는 호텔 직원의 노크소리와 함께 “할로우 모닝콜!”이란 외침에 잠이 깨었다. 필자가 들어본 모닝콜 중에 단연 압권이 아닐 수 없다.

타쉴룬포 사원은 오전 10시나 되어야지 문을 연다며 늦게 나가자는 것을 8시부터 길을 재촉해 나섰다. 사원 앞 광장에는 이미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로 인해 활기차고 성스러운 분위기이다. 우리도 내친김에 광장에서 타쉴룬포 사원을 바라보며 아침 예불을 올렸다. 이럴 경우 공안에게 단속돼 큰일이 날 수도 있는데, 그 순간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필코 예불을 드리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 순간의 감동과 환희를 어찌 언설로 다할 수 있단 말인가! 현지인의 신기한 눈빛과 공안의 감시의 눈초리 속에서도 한국불교 전통식으로 예불을 뜨거운 눈물과 환희로 봉행하였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의 충격과 전율에 빠져 황홀했다.

타쉴룬포는 판첸라마가 주석하는 곳으로 한때는 6000여 명 이상의 스님들이 계셨으나 지금은 300여 명의 스님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신령스런 타시산(托什山)의 4부 능선이 모두 사원 건물로 채워진 세계 최대의 사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 미륵대불로 유명하다. 높이 26,4m에 동구리만 200만 근이 들어 갔으며, 황금 6백kg이 섞여 있고, 이마에는 다이아몬드와 비취, 진주, 루비 등의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또한 아미타불의 환생이라 믿어지는 5대 판첸라마부터 9대까지 영묘탑이 장엄하다.

미륵불상 앞의 풀리지 않는 매듭 문양의 천에 작고 예쁜 새가 들락거린다. 아마도 극락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아니면 어느 선사의 호리병 속의 새일지도 모를 일이다. 대전앞 공터에 주저앉아 티베트 스님과 불자들을 바라다본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사원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건만, 주인 잃은 슬픔과 절망 속 그 어디에도 희망은 없는 듯하여 나그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시가체를 떠나 알룽창포 강을따라 라싸로 되돌아 가는 길이다. 중간에 현지인 식당에서 티베트 식으로 점심 공양을 하고는 뒤란에 나가 보았다. 천장조차 없는 뻥 뚫린 간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는 알룽창포 강 너머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본다. 밤이면 무수한 별들의 향연으로 더욱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다.  

삼예사원(桑耶寺)은 티베트에 건설된 최초의 사원이다. 만다라식 우주를 형상화시킨 사원으로 샨타라크시라가 6일의 티베트인 스님에게 최초의 수계를 내려 최초의 승단이 시작된 곳이다.

또한 794년 인도 승려 카말라실라와 중국 선종의 마하연 선사가 맞붙은 ‘삼예 대논쟁’이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신라 정중무상 선사의 선법을 이은 바쎄와 세르난이 주적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 준비한 위패와 정성껏 준비한 재물을 마련해 정중무상 선사와 수법제자인 바쎄와 세르난 스님과 함께 천축구법승을 기리는 추모제를 봉행하였다. 모든 스님네가 이로 인해 저마다 환희스럽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삼예사원 앞에서 ‘옴마니 반메 훔’을 티베트어로 쓴 현수막을 펴고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공안과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티베트의 하늘엔 오성홍기만 휘날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한 권력과 국가의 깃발이 어찌 진리의 법기(法器)를 당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지혜광명은 날로 빛나고(佛日增輝), 바람결에 타르쵸가 나부끼며 온 세상에 진리의 법음을 널리 굴리고 있는(法輪常轉)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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