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사종선(四種禪)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는 2조 혜가(慧可, 487-593)에게 4권 〈능가경(楞伽經)〉을 주면서 법을 전하니, 이른바 중국 초기 선종은 제불심제일[諸佛心第一, 제불의 심(心)이 제일, 곧 일체유심(一切唯心)]의 〈능가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능가종(楞伽宗)이다.

붓다가 능가산에서 대혜(大慧)보살을 위해 설한 경전인 〈능가경〉을 달마대사는 여래심지(如來心地)의 요문(要門)이라고 하였다. 능가(Lak)는 ‘가기 어려움[不可往]’, ‘들어가기 어려움[難入]’. ‘이르기 어려움[不可到]’ 등으로 뜻번역되고, 스리랑카를 뜻하기도 하고, 스리랑카의 아담봉(Adam’s peak)을 뜻하기도 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능가경〉의 한역본으로는 1) 구나발타라가 CE 443년에 번역한 〈능가아발다라보경〉 4권, 2) 보리유지가 CE 513년에 번역한 〈입능가경〉 10권과 3) 실차난타가 CE 700∼704년에 걸쳐 번역한 〈대승입능가경〉 7권 등 세 가지가 있다. 달마대사 때에는 1), 2)만 있었고, 4권본인 〈능가아발다라보경〉을 혜가에게 전한 것이다.

원효대사는 〈대승기신론소〉와 〈금강삼매경론〉에서 〈능가경〉을 자주 인용하고 있으며, 〈능가경소〉 〈능가경요간〉 〈능가경종요〉 〈입능가경소)〉 〈능가종요론〉 등을 저술하였으나 실전(失傳)되었다. 원효대사 때에도 1), 2)만 있었다.

〈능가경〉 ‘집일체법품 제2의 3’에서, 선(禪)을 우부소행선(愚夫所行禪), 관찰의선(觀察義禪), 반연진여선(攀풣眞如禪), 제여래선(諸如來禪)의 4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무아의 자각 정도와 수인증과(修因證果)에 따른 분류이다.

무아에는 ‘인(人)무아’와 ‘법(法)무아’의 2무아가 있다. 사람은 오온이 일시적으로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니 오온이 흩어지면 사람이 없으나, 오온은 있다는 것이 인무아이다. 법무아는 오온 각각 역시 여러 현상들이 일시적으로 모여 이루어진 것이니, 항상 불변하는 오온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도 없고 오온[곧 제법(諸法)]도 없다는 것이 2무아이다.

사종선 중 1) 우부소행선은 소승의 수행자가 인무아를 알고, 무상(無常)ㆍ고(苦)ㆍ부정(不淨)을 자각하여 행하는 수행이고, 2) 관찰의선은 모든 현상에는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법무아를 알고, 그 이치에 따라 대상을 자세히 주시하는 수행이고, 3) 반연진여선은 이(二)무아의 분별마저 떠나, 무아라는 마음조차 일으키지 않는 수행이며, 4) 여래선은 붓다의 경지에 들어, 여러 중생을 위해 불가사의한 활동을 하는 수행이다. 1)~3)이 닦는 원인(修因)이 되어 4)의 결과를 증명[證果]하는 것이다.

“또한 대혜여! 4종선이 있나니, 우부소행선, 관찰의선, 반연진여선, 제여래선이 그것이다. 대혜여! 우부소행선이란 무엇인가? 성문 연각의 모든 수행자가 인무아를 알며, 자타의 몸이 (잠시) 뼈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 이들은 모두 무상ㆍ고ㆍ부정한 모습이라고 확고히 관찰하고 놓치지 않으면, 점차로 수승해져서 무상멸정[無想滅定, 무수멸정(無受滅定)의 다음단계로 보살 제6지에 해당]에 이르나니, 이를 우부소행선이라 하느니라.

관찰의선이란 무엇인가? 개아(個我)가 무상·고·부정의 인무아임을 이미 알고 또한 외도의 자타분별을 떠나, 법무아의 여러 위차의 모습과 뜻을 따라 관찰하는 것이니라.

반연진여선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인무아와 법무아를 분별하는 이무아도 허망한 생각이니, 이를 여실히 알아 무아라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니라.

모든 여래선이란 무엇인가? 붓다의 경지에 들어 성스러운 지혜를 자증[自證, 스스로 깨달아 앎]하는 3종락[천락(天樂)·선락(禪樂)·열반락(涅槃樂)]에 머물러 모든 중생을 위해 부사의한 일을 하는 것이니라.”

〈大乘入楞伽經 T0672_.16.0602a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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