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신행 네트워크 허브로 개발

코로나로 ‘집콕’ 기간동안
‘수행’ 정보 검색 17% 증가
코로나, 언택트 당겼을 뿐
언택트 수행은 시대의 흐름
콘텐츠 개발 과제 떠올라
소통 네트워크 구축해가야

〈수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라.” 오탁악세의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오롯이 정진하라는 의미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사회에 ‘언택트’(Untact) 라는 용어가 떠오르고 불교계에 까지 언택트 신행이 거론 되는 시대 이 수타니파타의 구절만큼 맞는 말이 있을까.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떤 신행의 모습이 다가올지 살펴보자. 편집자 주


코로나 이후 바깥 활동이 제한되고 집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불교에 한정되어 살펴보자면 인터넷과 온라인 상에서의 높아진 수행에 대한 관심을 들 수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블랙키위 연중 검색동향을 살펴보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1월부터 ‘불교’ 관련 유튜브 키워드 검색량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7월 14100건에서 올해 1월 14900건 등 연중 17500건을 넘지 않던 ‘불교’ 유튜브 키워드 검색량은 2월 20600건, 3월 24000건 등으로 70% 가까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수행’ 키워드 검색량도 1월 6400건에서 2월 6510건, 3월 7510건, 4월 7440건으로 17% 증가했다.
불교수행 뿐만 아니라 ‘명상’ 키워드 검색량도 2월 14900건부터 3월 16900건, 4월 17900건 등으로 덩달아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키워드를 검색하는 목적도 정보 취득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 키워드 검색 후 결과 취득의 내용 중 85.4%가 정보성, 14.6%가 상업성으로 나타나 수행, 명상프로그램의 상품 구입보다는 직접적인 수행정보를 얻기 위함으로 분석됐다. 콘텐츠 제공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 GS네오텍이 5월 3일 발표 한 자료에 따르면, 사찰과 교회가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 2월 이후 트래픽이 평소보다 월 40%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웹 에이전시 고성호 루트비쥬얼스튜디오 팀장은 “코로나 확산기간 ‘홈트’(홈트레이닝)로 대변되는 트렌트처럼 집안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며 집 안에서의 수행과 명상 등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불교로 보면 사찰에 가지 못한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불교 신행정보를 검색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수행이란 보통 선방과 같은 수행처에서 지도법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물론 각 가정에서의 개별 수행, 신행활동이 있지만 아무래도 스승인 스님들이 있는 사찰에서의 활동이 중심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찰로의 접근이 쉽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행, 신행문화가 떠오른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봉은사와 홍법사를 비롯한 사찰들은 유튜브 스트리밍 법회와 신행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언택트 콘텐츠를 봇물 터지듯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법회 중계에만도 그치지 않는다. 실시간 댓글 등을 활용해 불교교리 상담 등도 함께 진행한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과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계율과 간경, 염불, 참선, 보살행 등 5대 수행법 정진인 수행바라미의 온라인 연수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수행바라미 안내자료를 받아 개별수행하고 SNS에 인증하고 서로 확인하는 내용이다.

귓전명상을 운영하는 유튜버 채환 씨는 아예 본인의 수행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잔잔한 명상음악과 함께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수행하는 이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사회에서는 KT와 같은 일반 사업자들도 종교계의 변화에 발맞춰 서비스를 시작했다. KT가 3월 8일부터 종교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올레tv CUG(Community User Group)’에는 ‘우리교회tv’가 운영 중이다. 약 190여개 교회에서 우리교회tv를 운영해 200만 명이 이용 중에 있다.

사회에서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언택트 문화는 계속 남아있고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단주의 문화의 쇠퇴와 개인주의로의 전환, 삶에 대한 기준이 바뀌며 기성 사회관계망이 크게 변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카카오뱅크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 쿠팡과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온라인 소매유통의 발달, 모바일AI고객센터를 통한 상담서비스 등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언택트 문화가 시작됐고, 코로나 확산은 이를 가속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에 대비해 수행과 신행활동 외에 전법과 포교영역에서 언택트 활용이 필요하단 말까지 나온다.

봉은사 기획국장 제환 스님은 “신행활동을 돕는 차원에서 현재는 실시간 댓글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도입 초기의 목적에 더해 불자들의 신행을 돕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유튜브 채널에서 스트리밍 법회의 유입자 분석을 보면 젊은 세대들이 많다. 향후에도 기존의 신심 깊은 고령의 불자들과 함께 새로운 불자 양성에 보조수단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언택트로 위시되는 개별 수행과 신행활동이 이뤄지면 반대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화엄사 부설 화엄선재불교연구소는 ‘2020 종책연구 보고서-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한국 종교의 현실과 방향’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인터넷 방송을 활용한 신도와의 원활한 소통, 법문 자료 등의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혜안 스님은 “코로나가 끝나면 사찰에 오고 싶어하는 신도분들이 너무나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스님과의 인연을 쌓고, 신도들 간의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며 “코로나로 인해 개별 수행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신행 공동체로 이어져 온 분들이 수개월 만에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단계가 된다면 이런 분들을 위한 별도의 소통창구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조계사의 경우 올해부터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사찰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찰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진행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일종의 소통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소통창구의 필요성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더욱 커질 것이다.
비로자나국제선원장 자우 스님은 “사찰 신도 분들이 모르는 분들을 접하는게 꺼려지면 아무래도 기존 도반들끼리의 유대감은 강해지지만 반대로 그룹 간의 간격은 멀어지기 마련”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찰과 스님들이 개인, 소그룹 간의 소통에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 일종의 네트워크 허브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포브스지는 5월 18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이웃종교계의 신행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포브스는 이슬람 이맘이 페이스북을 활용해 금요일기도를 개최했으며, 유대인 공동체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인 Zoom을 통해 회당에 참석하고 있음을 전하고 일부 교회의 경우 페이스북라이브 등에서 신도 유치의 경쟁이 붙어 다채로운 온라인 광고를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대흐름에 맞는 변화와 설법의 현대화와 용어의 재정비 등 전반적인 불교 수행·신행 콘텐츠의 정비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일반 상점 등에 직원이 없는 키오스크 도입 등은 코로나 이전에도 사회변화로 있어왔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큰 흐름 자체가 디지털화, 모바일화로 귀결된다. 코로나는 단지 그 흐름을 급격히 당겨왔을 뿐”이라며 “불교는 그렇다면 이제 언택트 사회에 대비해 이에 맞는 콘텐츠 개발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보다 많은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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